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지 7개월이 지났다. 해외 게임사가 규제를 위반해도 적극 대응을 강제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제도 공백’ 속에 이용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릴리스 게임즈 ‘AFK: 새로운 여정’을 둘러싸고 확률 표기 조작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게임에 고지된 이벤트 캐릭터 확률과 실제 확률이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뽑기 상품을 40회 구매하면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른바 ‘천장’ 시스템이 있다고 알렸지만, 실제로 캐릭터를 얻을 확률은 더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민원을 접수해 확인에 나섰다. 운영진은 영웅을 획득할 확률까지 포함해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해명을 받아들여도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은 변동확률이나 천장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시도 횟수에 따른 구간별 성공 확률 모두 공개하게끔 안내한다. 운영진은 수정한 확률을 재공지하며 17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용자들은 권리 보호를 위한 ‘자력 구제’에 돌입했다. 한 이용자는 “확률 정보 오표기가 사기행위”라며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결제환불 및 취소 요청을 했다고 알렸다. 확률 오표기 내용을 담은 영상에 영어 자막을 달아 해외 사이트에 올리겠다는 이용자도 나타났다.
여기에는 연이은 중국 게임 확률 조작 논란에 쌓인 피로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위로부터 제출받은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 위반 게임물 조치 현황에 따르면 적발된 게임사 중 중국이 205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 싱가포르 52건, 홍콩 25건, 미국 21건, 일본 18건 순이다. 중국 게임사가 싱가포르나 홍콩에 법인을 두는 경우가 있어, 실제 중국계 게임사의 위반 횟수는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매출 1위를 기록했던 ‘버섯커 키우기’는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나서야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했다. 앞서 유조이게임즈 ‘픽셀 히어로’도 확률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해외 게임사 대리인 지정 제도는 이제야 첫 걸음을 뗀다. 지난 9월26일 본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를 통해 공포될 예정이다. 다만, 실제 시행은 공포 시점으로부터 1년 유예기간을 둔 후 이뤄진다. 이 때문에 당분간 이용자 피해가 이어질 전망이다.
성수현 YMCA 게임소비자센터 팀장은 “매출을 올린 후, 서버 종료를 하는 등 이용자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중국 게임이 우리 시장에서도 인기를 끄는 만큼 1년이라는 공백동안 어떻게 이용자를 보호할지 방안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처럼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