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수출입은행이 한화 계열사에 집행한 여신은 총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여신 10%에 달하는 규모다. 잔액은 2022년 말과 비교하면 3배 가량 늘었다. 특정 기업에 여신 몰아주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수은 여신 잔액은 135조6327억원인데 이 중 한화 계열사의 여신 잔액은 13조2532억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화 계열사 전체에 집행된 여신만 11조9192억원에 달해 여신 잔액이 2022년 말 4조4747억원에서 올해 8월 말 13조2532조원으로 3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수은의 여신지원 상위 10개 기업의 여신 잔액은 26조6392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20%를 차지하는데, 해당 10개 기업에 포함되는 한화 계열사 두 곳의 여신 잔액이 9조5886억원으로 36%가량을 차지한다. 이른바 한화 쏠림이 뚜렷한 것이다.
수은은 지난 2월 K-9 자주포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출 지원 등을 위해 법정 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증액했을 뿐 아니라 지난 4월에는 한화에 대한 동일차주(계열) 신용공여한도 소진율(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액)이 법에서 제한하는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금융위원회에 예외 취급 승인을 받기도 했다.
만약 예외 취급승인 신청이 되지 않았더라면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한화계열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소진율이 49.1%에 달해 법정 자본금 확대가 확정되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는 추가 지원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수출입은행은 법 개정과 신용공여한도 예외 취급까지 신청하면서까지 한화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늘려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수은이 한화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사이, 검사를 포함한 검찰 출신 8명이 한화로 재취업했다. 이들이 재취업한 계열사 중에는 수은 여신 잔액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화오션은 물론 법 개정까지 해서 지원 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포함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차순오 전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이 수은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또한 지난 2022년 국정감사에서 한화가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여신을 승계목적의 지분 확보에 활용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당시 계열사를 통한 지분 확보의 대상이었던 한화임팩트에는 과거 여러 논란이 일었던 안택근 전 검사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한화에 대한 수은의 지원이 단순한 수출 지원을 넘어 정권 차원의 배려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차규근 의원은 “”수출신용기관의 여신이 특정 기업에 너무 많이 쏠리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뿐 아니라 여신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