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이뤄진 면담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라인’ 정리를 요구하자 “구체적으로 누구의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해줘야 조치할 수 있다”며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23일 파악됐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면담을 통해 김 여사와 관련해 제기된 다양한 이슈와 해법을 비롯해 인적 쇄신 문제에 대해 인식차를 확인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난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정리를 했던 사람”이라며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라인’과 관련해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 8명가량의 이름을 들며 부적절한 행위와 공공기관장 내정설 등을 지적하자 윤 대통령은 반박하거나 구체적 확인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 대표는 악화된 민심을 언급하며 “다음번에는 김 여사 특검법 가결을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표명하자 윤 대통령은 “우리 당 의원들 생각이 바뀌어 야당 쪽과 같은 입장을 취하게 된다면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지 않겠느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당 의원들을 절대적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 여사 특검법은 악법임이 분명하며, 여당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선 “집사람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 활동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 하니 더 자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런 답변들을 건의안이 전부 거부된 것으로 해석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인천 강화 풍물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