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중요합니다.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습니다.”
시즌 전 그에겐 ‘초보 감독’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연수 코치를 제외하면, 지도자 경력은 고작 3년이 전부였다. 타격 코치로서 성과는 확실했으나, 그럼에도 감독을 마냥 맡기기 쉽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KIA 타이거즈는 이범호의 ‘형님 리더십’을 믿었다. 누구보다 선수들과 잘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을 믿었고, 이 감독은 구단의 신뢰를 200% 보답하며 부임 첫 해 우승을 차지했다.
KIA는 지난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7-5로 역전승하며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통합 우승(정규리그·한국시리즈 1위)을 차지했다. 2017년 통합 우승 이후 7년 만의 쾌거다.
올 시즌 KIA는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지난 1월 김종국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를 받아 직무 정지가 됐다. 구속 영장까지 청구되자 KIA는 개막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서 김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 2월13일 공석이 된 타이거즈 사령탑 자리에 이 감독이 부임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웃음꽃 피는 야구를 하고 싶다. 선수들이 항상 웃으면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이건 안 돼’, ‘저건 안 돼’보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해보자’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1980년대생 최초의 감독이 된 이 감독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면서도 짧은 시간 동안 시즌 준비를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다. 감독 경력이 처음인 그가 해내기에는 벅차 보였다.
시즌이 시작되자 이 감독의 말처럼 KIA는 좋은 팀 분위기 속에서 날로 성장했다. 김도영은 이 감독의 지도 아래 최연소 30-30(30홈런·30도루)을 달성했다. 한준수도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이며 확실한 백업 포수로 자리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함께 했던 양현종, 김선빈, 최형우 등 베테랑 선수들과 가까운 소통을 이어가며 팀을 하나로 뭉쳤다.
때로는 채찍도 들었다. 이 감독은 6점 차로 앞선 상황, 4.2이닝을 소화한 양현종을 강판시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씩씩거리는 양현종을 이 감독은 백허그로 달랬다. 이 감독이 권위를 내려놓고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간 대표적인 장면이다. 양현종은 “순간 흥분했지만, 지금은 반성한다. 그 일로 많이 배웠다”고 이 감독에게 고마워했다.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소감으로 “감독을 시켜줘서 너무 감사드린다. 너무나도 멋진 광주에서 첫 우승을 할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다. 내가 꼭 광주에 돌아와서 우승한다고 했는데, 이뤄서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시즌 전 예상을 뒤엎고 우승을 차지한 이 감독. 부임 첫 해부터 일을 낸 그가 가는 길이 곧 명장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