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통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 여론이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당내 의원들의 협조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실 관련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은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해내지 못했지만 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다만 이런 개혁 성과들이 몇몇 상황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우려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내에 먼저 매듭지어야 할 게 있다”며 “여야의정을 통해 의정갈등을 풀고 의료공백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또 발상을 전환하고 쇄신해야 야당의 헌정파괴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기준은 민심”이라며 “최근 드러난 문제들을 비롯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들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대표는 최근 당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인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감찰관을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기자회견 후 관련 질문을 받고 “특별감찰관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 문제를 사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 기관”이라며 “국민의힘이 이를 머뭇거린다면 민심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대표의 발언은 최근 떨어지는 윤 대통령 지지율 지표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0%로 나타났다. ‘잘못하고 있다’는 70%였고 ‘의견 유보’는 10%를 기록했다. 이는 취임 후 최저치로 9월 2주차 조사(20%)와 동률이다.
부정 응답자들은 평가 이유로 김 여사 문제(15%)와 경제‧민생‧물가(14%), 소통 미흡(12%) 등을 꼽았는데 이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당 지지율도 하락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1~2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251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이 32.6%였고 더불어민주당은 43.2%를 기록했다. 오차 범위 바깥에서 민주당의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는 한 대표가 꺼낸 특별감찰관 카드가 국민 민심을 돌리기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에 대한 추가적인 의혹이 터지고 있고 야권이 김 여사 특검법을 세 번째 발의했기 때문이다. 또 당 내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3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국민들은 검찰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이슈들을 무혐의나 불기소 처리하는 걸 부당하다고 느끼는 거 같다”며 “결국 검찰 수사가 다 끝난 거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특검을 원하고 있다. 특별감찰관 이슈만 내놓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는 걸 용인하기 어려울 거 같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 당내에서 맞춰줄 수 있다면 진즉에 맞춰줬을 것”이라며 “(당 일각에서) 이조차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용 의사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갤럽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고 응답률은 12.4%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 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p고 응답률은 2.7%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