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교통사고로 가벼운 염좌를 입었다. 가해 차주의 자동차보험사와 피해자는 향후 치료비를 100만원으로 합의했다. 피해자는 6개월 뒤 다친 부위의 치료를 다시 받으며 건강보험공단의 급여 120만원을 적용받았다. 합의금으로 받은 100만원은 따로 챙겨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자동차보험 향후 치료비는 사고 이후 치료에 사용하도록 주는 보험금이다. 이를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 양쪽에서 중복으로 지급받는 문제가 제기됐다. 실질적인 급여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18일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하 자배원)이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3회 자동차보험의료세미나’에서 “향후 치료비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구상 청구를 하면 돌려줘야 하는 부당이득”이라면서 “지난해 불필요한 치료비 330억원 이상이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전 연구위원은 “실제 건강보험공단이 이런 사례를 찾아 환자에게 급여를 돌려달라고 청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공단에서는 향후 치료비를 받은 사람을 관리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며 “자동차 보험사가 건보에 조치한 내용을 잘 알려주면 급여를 제한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욋돈으로 챙기는 것이 아니라 진짜 치료비로 쓰게 되므로 과잉 진료로 보험금을 타려고 하는 꼼수가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경상 환자에게 향후 치료비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끝없이 치료비를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 연구위원은 입원 체감률과 증상고정 시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가 치료비를 지급해야 하는 기간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입원 체감률이란 입원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부터 향후 치료비를 적게 집계하는 것을 말한다. 입원 후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이 나아졌을 것을 감안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입원 15일부터 일정 비율에 따라 보상을 줄이는데, 자동차보험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증상고정 시점은 일정 치료 기간이 지나면 더 치료하더라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마지노선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경상 환자에게 더 많은 합의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전 연구위원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대형손해보험사에서 합의한 향후 치료비를 분석한 결과를 들었다. 염좌 등 12~14등급 경상 환자의 치료비 대비 향후 치료비 비중은 126%에 달했다. 사고피해자가 지금까지 쓴 치료비가 100만원이라면 향후 치료비로 126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반면 5등급 중상 환자의 치료비 대비 향후 치료비 비중은 50%에 그쳤다.
전 연구위원은 “중상 환자는 치료를 받으면 나아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서 “골절로 깁스를 했다면 어느 시점에 의사 선생님이 퇴원해도 된다고 하는데, 경상 환자는 아프다고 하면 계속 병원에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상 환자가 언제까지 아프다고 할지 모르는 만큼 보험사가 빨리 합의금을 주고 나갈 돈을 확정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유관부처는 지난달 경상 환자 과잉 치료 관련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