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를 인하하려면 시장의 특성을 분명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대체 있어야 합니다. 그냥 자영업자 지원 대책으로 공공배달앱 개발하고 상생협의체 출범시키는 건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죠.”
배달앱 수수료를 인하하기 위해 현행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플랫폼법’을 제정해 수수료 결정, 변경 등의 절차를 명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철호 법무법인(유) 원 고문(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열린 ‘배달앱 수수료 공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현재 (정부에서)나오는 부적절한 대응방안이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수수료가 인하되도록 현행 공정거래법을 적극 검토해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 고문은 “시장 점유율이 1개 사업자 50% 이상 또는 3개 이하 사업자 75%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분류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현 3개 사업자가 이에 해당한다”라면서 “배달앱 시장은 수수료 책정 시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입점업체와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인하요인이 발생하며 신규 진입장벽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사한 특성을 가진 신용카드 수수료를 예로 들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지 고문은 “카드사 이익이 급장앴을 때 정부와 정치권이 수수료 인하를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등 적극 나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계속 인하됐다”며 “배달앱 수수료도 카드 수수료와 같이 시장 자율로 해결되기 어려워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여부에 대해 엄정히 조사해 시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등 입법 규제를 통해 수수료 결정, 유지, 변경의 방법, 절차 등에 대해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수료에 대한 상한선 규제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지 고문은 “플랫폼법은 수수료 결정방법에 대한 규정이지, 직접적인 수수료 수준·상한선 규제는 불필요한 논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수수료 상한제 등 법을 통한 규제가 시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성백순 장안대 프랜차이즈경영과 교수(전 한국프랜차이즈학회장)는 “현행법상 부동산 수수료에도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며 신용카드에서 한도 내에서 협의하도록 설계가 돼 있다”며 “배달앱은 소비자, 소상공인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상한선을 정해주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 2023년 배달플랫폼 분야 자율 규제방안을 발표했으나 큰 실효성이 없어 법제화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포함해 △투명한 배달수수료 구조 공개 의무화 △입점업체 간의 차별적 수수료 및 비용 부담 금지 법제화 추진 △상호협력 의무 △가맹점주 협의체 등 소상공인 보호 의무 △불공정거래 방지 등 협력 관리 규제 등 다양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영업시장 확장에 따른 영업지역 보호 무력화도 지적했다. 성 교수는 “영업시장이 중첩되는 것은 해결할 방안이 없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영업지역 보호가 가장 중요한데, 온라인은 영업지역 중첩 문제가 발생해 가맹점간 갈등이 심화 될 우려가 높다”며 “현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영업지역만 명시돼,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는 현 정부의 대응책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은 “지난해 민관 상생협의체 결과 수수료 차등화 합의안이 마련됐지만, 수수료율이 높은 최상위 구간이 배달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35%에 달하고 부담도 오히려 높아졌다”라고 하면서 “실효성이 부족해 주요 단체가 퇴장하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달앱 시장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가격결정에 반영되지 않고 소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결정하는 독점적 경쟁기업 간의 경쟁적 협력게임”이라며 “배달앱 업체들은 자체 생산·유통 시스템이 아닌 입점업체 생태계에 무임승차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입점업체들은 선택권이 없어 종속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원장은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배달앱 수수료 상한 개선 △적정 수수료·배달비 제시 △경영 가이드라인 제시 등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영역과 역할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 내용을 향후 업무 추진 과정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인혜 공정거래위원회 플랫폼공정경쟁정책과장은 “지적해 주신 내용들은 무겁게 들어야 하는 부분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충분히 고민하고 향후 업무 추진 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의 핵심가치는 소비자,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를 상호 연결하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유통업법 개정안 등 발의된 법안들이 향후 국회 입법 논의 과정을 충실히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김현정, 민병덕, 이인영, 조승래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프랜차이즈학회가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