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제 리더십을 검증할 때 [데스크 창]

이재명 경제 리더십을 검증할 때 [데스크 창]

기사승인 2025-01-09 06:06:05
정순영 산업부장
지난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기업들의 대형 플래카드를 보고 느꼈던 박 정부의 기시감. 평창올림픽 홍보에 동원된 대기업 사옥들에도 나부꼈던 그것들을 보며 느낀 불안감을 칼럼에 적은 적이 있다. 우연찮게도, 부족한 역량을 기업들에게서 찾던 두 정부는 잘못된 국정운영의 한계를 드러내 듯 좋지 않은 말로를 맞았다. 어찌 보면 잘못 꿴 단추의 마지막 칸이 갈 곳을 잃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윤 정부 개혁의 포문을 열었던 경제 국정목표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표방했다. 그러나 막상 포장을 뜯고 보니 ‘정부가 끌고 민간을 역동적으로 동원’하는 모양새로 변질됐고, 비전문가의 국정운영은 산업 정책을 망치고 기업의 현실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업의 혁신 역량이 마음껏 발휘되는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을 복원한다더니, 잼버리대회부터 부산엑스포까지 기업과 국민에게 무능만을 증명한 채 충격적인 경제지표를 던져줬다.

이제 국민들의 눈은 국정운영 능력을 상실한 정부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로 향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왔다. 국가적 위기를 앞둔 지금 이 대표는 경제를 살릴 리더로서 스스로 시험대에 오를 준비가 돼있을까. 그의 경제철학이 무르익었는지는 ‘기본 시리즈’를 조금만 파보면 알 수 있다.

이 대표의 기본 시리즈는 그 시작부터 실체가 모호했다. 경기지사 시절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공약이니 그럴만하다. 기본금융만 하더라도 정책의 담당부서는 존재하지 않았고 은행들에 대안을 내놓으라 닦달했다는 해프닝만을 남겼다. 대출만 해주는 은행을 설립하겠다며 권한 없는 재단에 보증을 서게 하는 등 업계로선 황당한 논리의 연속이었다. 의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묵살했던 이유도 실체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경제 공약은 아직도 진화하지 못한 모양이다. 민생을 돌보겠다며 꺼내든 지역화폐와 회복지원금 카드는 과거 ‘이재명이 한다’ 식의 포퓰리즘 도정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중장기 민생정책을 구상할 경제 철학이 없다 보니 이 대표가 직접 계곡 무허가 시설을 철거하고 방역수칙 위반 업소를 적발했다는 식의 단발성 홍보자료들이 쏟아졌다. 도정홍보에 경기도는 사라지고 이재명으로 주어가 대체된 SNS 게시물들이 홍수를 이룬 시기였다.

이 대표의 인기에 영합한 경제 공약들은 언뜻 국민을 위한 듯 보이지만, 기업들이 뛰어다닐 기반을 훼손하고 국가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켜 취약계층에 부담만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지난 대선의 지지율을 밑도는 이 대표가 30%가 넘는 지지 유보 증도층을 품기 역부족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릴 열쇠는 조기 대선을 위한 자기정치가 아닌 경제 리더십의 증명에 있다. 한국의 1%대 성장률을 예고하는 위험 신호 속 ‘국가주의’ 트럼프 체제를 대비할 유능한 경제 리더감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얄팍한 뿌리기식 경제공약들을 남발하는 것은 윤 정부의 무능함을 답습하겠다는 자기고백 밖에 안 된다.

경제 리더십 공백과 무능에 지친 이들 사이에서 제 3지대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본인의 살길에 앞서 국민들의 살길을 열어줄 경제 전문가를 원하는 것이다. 표심을 쫒을게 아니라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경제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벼랑 앞에 선 기업들의 절박한 목소리 안에 해법이 있다. 

정순영 산업부장 binia96@kukinews.com
정순영 기자
binia96@kukinews.com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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