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개발 패러다임 전환…임상현장에 ‘비동물실험’ 안착하려면 [2025 미래의학포럼]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 전환…임상현장에 ‘비동물실험’ 안착하려면 [2025 미래의학포럼]

기사승인 2025-08-21 14:36:00
박민영 법무법인 세종 선임 외국변호사(왼쪽부터),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이사, 선웅 고려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조승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이장익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김윤희 국립암센터 연구소 연구부소장, 전환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기획팀장, 우선욱 식품의약품안전처 비임상자원연구과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5 미래의학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의약품 개발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전문가들은 실험 기술의 표준화와 데이터 축적,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비동물실험이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1일 ‘비동물실험 신약 개발 시대 :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국민일보와 쿠키뉴스가 주최한 ‘2025 미래의학포럼’에서 토론자들은 기술적 한계와 규제 공백으로 인해 단기간 내 동물실험을 완전하게 대체하기는 쉽지 않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로는 ‘미니 장기’로 불리는 줄기세포 기반의 오가노이드, 생체모사칩,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컴퓨터 모델링 등이 꼽힌다.

조승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연구자나 기업 입장에선 규제와 제도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플랫폼이 제도권 안에 들어와야 상업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라며 “관련 로드맵이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임상 현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 투자와 함께 데이터 축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선웅 고려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는 “비동물실험 연구는 단순히 동물실험을 대신하는 차원이 아니라, 동물실험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을 열어줄 수 있는 길”이라며 “이를 위해 기술 개발과 방대한 데이터 축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이사는 “신약 개발은 블록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과정과 같다”며 오가노이드 기술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엄 전무이사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 이상 들어가는 신약 개발은 불확실성이 크면 무작정 투자하기가 어렵다”면서 “규제 적합성과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의 선제적 대응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비동물실험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살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민영 법무법인 세종 선임 외국변호사는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는 관련 법이 통과되면 2027년에는 규제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국이 동물대체시험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선 정책적 합의, 과학기술 투자, 법적 보호체계 마련이 추진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김윤희 국립암센터 연구소 연구부소장은 “오가노이드를 동물실험과 병행하면서 비교 검증을 가져야 한다”며 “인체조직 기반 오가노이드는 사람마다 세포 성격이 달라 배양, 검체 처리, 평가 시스템 등 세부 단계별 표준화를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전환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기획팀장은 동물대체시험 기술 발전이 국내 CRO(임상시험수탁기관),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 팀장은 “국내 CRO 기업이 표준화된 데이터 역량을 확보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CDMO 기업은 CRDMO(위탁연구개발생산) 사업으로 보폭을 넓힐 수 있다”고 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