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부산시장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박형준 전 시장의 역점사업들이 잇따라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부산시는 지난21일 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명을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 조정 검토”로 변경하고, 기존에 명시했던 2028년 착공·2031년 3월 개장 일정을 삭제했다. 전 시장의 선거공약인 북항 개폐식 돔구장 건립 추진 속도에 맞춰 기존 재건축 사업을 조정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송우현 행정문화위원장은 “시민과 의회에 한 약속을 설명 없이 뒤집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비 299억 원이 확보된 사업인 만큼, 중단 시 국비 반납 문제도 불거졌다. 전 시장은 시정질문에서 ”재건축 중단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구체적 일정이 빠진 것에 대한 의회의 불신은 여전하다.
시비 1100억 원이 투입되는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 사업도 재검토 대상이 됐다. 부산시는 지난 22일 시의회 행정문화위에서 “시민단체 공익감사 청구로 협상이 중단된 상태"며 ”감사원 감사 절차와 인수위 권고를 반영해 객관적 검토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에 설계공모·운영비로 40억 2500만 원이 편성될 만큼 궤도에 오른 사업이었다.
국민의힘 배영숙 의원은 “시의회 기획재경위를 통과한 사업을 시장이 독단적으로 뒤엎었다"며 ”3조원 드는 돔구장은 짓겠다면서 1100억 원짜리는 재검토?“라고 따졌다. 반면 부산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13개 시민단체는 "위법·난개발 사업을 즉각 백지화하라”며 시를 압박하고 있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초청 공연 예산도 손질 대상에 올랐다. 전 시장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사업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부산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재정난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신규 공약을 추진하는 반면 기존 사업은 명확한 기준 없이 중단·재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으로, 전재수 시장(더불어민주당)과 ‘여소야대‘ 구도다. 시의회 사상 처음 경험하는 여소야대 국면이다. 송상조 부의장은 “재검토 중인 사업이 한 건도 없다며 자료를 제출하면서도 업무보고에는 ’재검토‘·‘조정 검토’로 명시돼 있다”며 행정의 일관성을 질타했다. 예산권을 쥔 시의회가 전 시장의 핵심 공약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울산시 역시 김상욱 시장의 인수위원회가 35일간 검토한 끝에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주요 사업 대부분에 대해 폐지·재검토 의견을 내놓았다. 인수위는 사업별 필요성, 재정 부담, 시민 체감도, 정책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 사업명 | 사업 규모 | 인수위 판단 |
|---|---|---|
| 도시철도 1호선 건설 (수소트램) | 3800억 원 | 시민 의견 수렴 후 추진 여부 결정 |
|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 2500억 원 | 시민 의견 수렴 후 추진 여부 결정 |
| 세계적 공연장(오페라하우스) 건립 | 5000억 원 | 조건부 재검토 |
| 학성공원 물길 복원사업 | 6700억 원 | 폐지 건의 |
| 태화강역~장생포 수소트램 운행사업 | 6700억 원 | 폐지 건의 |
| 태화강역 미디어파사드 설치 | 83억 원 | 추진 보류, 잔액 81.7억 원 예산 반납 제안 |

인수위는 전임 시장이 폐지한 시내버스 노선 복원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김 시장은 취임 즉시 126번 노선을 복원했고, 9월부터 폐선 불편 지역 노선을 우선 복원해 올해 안에 총 9개 노선을 복원하고 버스 30대를 증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내년까지 총 85대 증차를 완료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부산·울산 양 도시 모두 신임 시장이 취임하면서 전임 단체장의 역점 사업이 뒤집히고 있다. 공통된 배경은 재정 부담이다. 부산 남구청이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기초지자체부터 극심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울산 역시 대규모 예산 투입 사업의 타당성을 재점검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행정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시의회와 정치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4년마다 지방선거가 열릴 때마다 정책이 뒤집히는 현상에 대해 “시민 세금과 직결되는 만큼 객관적 기준과 충분한 검증, 시민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시는 F1 그랑프리 유치 중단을 검토 중이고, 전북은 전주·완주 행정통합이 사실상 백지화됐으며, 강원은 춘천 고은리 행정복합타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부산시는 사직야구장 재건축, 퐁피두 분관, 라스칼라 공연 등 기존 사업 처리 방향을 연말까지 결론 내겠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수소트램 1호선 추진 여부에 대한 결론을 임박한 시일 내에 낼 예정이다. 양 도시 모두 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예산권을 쥔 시의회와의 갈등이 변수다.
전재수 부산시장의 말처럼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백지화할 것은 백지화하겠다”는 방침이 실제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시·의회 협치와 시민 공감대 형성에 달려 있다.
구형모 기자 hmnin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