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수상의 핵심은 KNN이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디서 받았느냐다.
한국방송협회는 30일 제53회 한국방송대상 작품상 수상작 30편과 개인상 수상자 15명을 발표했다. 작품상에는 SBS ‘김범석의 왕국, 쿠팡의 실체 추적 탐사보도‘(뉴스보도), KBS ’추적 60분 — 한국인의 고독사, 10년의 기록‘(시사보도TV), MBC ‘신인감독 김연경‘(연예오락TV), EBS ’스페이스 공감 파이오니어 시리즈‘(문화예술교양) 등이 선정되었고, KBS 김형석에게 공로상을, TBC 한기웅에게 지역방송진흥상을 수여했다.
그런데 이 목록 속에 한 작품이 눈에 띈다. KNN ‘無名, 나무 심는 여인’이다. 다큐멘터리TV 부문 작품상 수상작이다.

한국방송대상의 작품상 부문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전국 지상파 방송사가 모두 출품해 경쟁하는 ‘본상‘ 부문과, 지역방송사 프로그램만이 수상 대상이 되는 ’지역‘ 부문이다. 지역뉴스 부문, 지역방송진흥상 등이 후자에 해당한다.
KNN이 이번에 받은 다큐멘터리TV 부문 작품상은 앞에 ‘지역’ 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 KBS, MBC, SBS, EBS, CBS 등 중앙 지상파 방송사가 모두 출품하는 같은 테이블에서, 같은 부문에서, 같은 기준으로 심사받은 수상이다. 40개 지상파 방송사가 참여하는 한국방송대상의 구조에서, 이는 곧 전국 단위 경쟁을 통과했다는 의미다.
KNN의 한국방송대상 수상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이전 수상과 성격이 다르다. KNN 진재운 감독은 2019년 제46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지역방송진흥부문 공로상을, 2020년 제47회에서는 작품상 지역뉴스 부문을 수상했다. 물론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경쟁의 범위와 상징성에서 이번과는 차원이 다르다.
반면 이번 ‘無名, 나무 심는 여인‘의 수상은, 지역방송사가 지역부문이 아니라 모든 지상파 방송사가 경쟁하는 다큐멘터리TV 부문 본상을 받은 것이다.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진재운감독은 그간의 숱한 수상 이력 만으로도 이미 지역과 전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오른 베테랑 창작자다.
‘無名, 나무 심는 여인’은 지구 반대편 니카라과에서 축구장 약 3천 개 면적의 땅을 사서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나무와 대화하며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 無名의 — 여인이 묵묵히 나무를 심는다는 서사 자체가 상징적이다. 기록도 남지 않는, 그러나 거대한 의미를 만들어내는 행위.
지역방송의 처지와 겹쳐 볼 수 있다. 수도권 중심의 방송 지형에서 지역민방은 ‘무명’에 가깝다. 가시권도, 광고 시장도, 제작 인력의 규모도 중앙에 비하면 한정적이다. 그런 조건에서 KNN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통해, 보편적 의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제작 역량이 중앙-지역의 경계를 넘어선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4년도 방송평가에서 KNN은 지역민영방송사 중 유일하게 500점이 넘는 509.61점을 기록하며 지역방송사 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방송의 질적 수준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그런 기반 위에서 이번 다큐멘터리TV 부문 작품상 수상은, ‘지역의 한계를 넘어 ’전국 최고‘의 작품이라는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한국방송대상의 심사는 지난 1년간 방송된 프로그램 239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가운데는 중앙 지상파가 제작한 대작 다큐멘터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 경쟁을 뚫고 작품상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지역방송의 기획력과 연출력이 지역이라는 틀을 벗어나 보편성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니카라과의 무명 여인이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자신의 땅을 바꿔놓았듯, KNN은 묵묵히 쌓아온 제작 역량으로 방송 지형의 한 축을 바꿔놓았다. 이 수상은 KNN 한 편의 성취라기보다, 지역방송이 스스로 증명한 하나의 선언에 가깝다. 지역이라는 이름표 없이도, 충분히 겨룰 수 있다는.
구형모 기자 hmnin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