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수 칼럼]
제주이주 열풍에 따른 인구 급증… 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최근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제주이주 열풍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인기 방송인들의 제주살이 체험, 심지어 제주 향토음식점을 테마로 한 ‘먹방’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이 국민들을 제주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토박이로서 고향 제주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건 너무나 고마운 일이고,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지금껏 고향을 떠나지 않고 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는 게 뿌듯할 따름이다. 다소 놀라운 점은 최근 들어 제주출신 선후배의 숫자만큼 제주로 이주해온 이들과의 교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각종 모임에 나가면 절반 가까이는 몇 년 사이에 제주로 이주해온 이들로 채워져 있다. 실제로 현재 제주인구 가운데 적잖은 비율을 이주민이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가 연일 언론을 장식한다.
제주의 매력에 빠져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열풍은 올해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제주로 유입된 인구가 2만4379명으로 같은 기간 전출인원인 2만133명보다 4264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비하면 21.3%(749명)이 증가한 수치다. 65만 남짓의 제주인구를 감안했을 때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인구가 늘면서 제주가 개발되고 각종 인프라가 구축됨으로써 생활이 편리해졌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 급증으로 인해 제주는 현재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차량이 급증하면서 교통난이 심각해졌고, 부동산값이 폭등하면서 도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무분별한 개발은 자연환경 훼손을 발생시켰고, 쓰레기 처리문제는 도정의 최대현안으로 떠올랐다. 상하수도 인프라에도 빨간불이 켜지긴 마찬가지다. 상수도의 경우 하루 최대 사용량이 취수용량의 98%에 육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인구 급증은 또 다른 사회문화적 문제를 야기했다. 이주민과 선주민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하면서 도(道) 차원에서 융합과 화합의 장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눈앞에 놓은 이러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속도보다 제주이주 열풍의 속도가 빠르다보니 당분간 이같은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 초 도에서는 지금의 인구 증가 속도를 봤을 때 오는 2025년이면 인구 100만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금부터라도 민관이 합심해 급격한 인구유입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자칫하다간 이주민도 선주민도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동시에 선주민들의 터전을 해치지 않는 특단의 대책마련에 모든 도정을 집중해야 할 때다.
<양동수 객원논설위원·건축사사무소 시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