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5일 사법리스크 두 번째 관문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위증교사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선거법 위반 사건보다 형량이 더 높은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다. 민주당은 재판을 앞두고 ‘미친 판결’ ‘사법 살인’ 등 과격한 단어를 쏟아내며 긴장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이토록 날 선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난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 결과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선거법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이대로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 상실은 물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어 2028년 대선은 물론 2032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선고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은 ‘무죄’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던 만큼, 선고 이후 당 분위기는 ‘패닉’ 그 자체였다.
사법리스크로 혼란스러운 당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이 대표는 연일 민생 행보에 나섰다. 이번 주만 해도 수원 영동시장을 찾아 지역화폐 활성화를 약속했고, 주식 투자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 추진도 거듭 강조했다. 민생 행보를 통해 민생 정당 이미지를 제고하고, 리더십을 강조해 당내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민주당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비명횡사 친명횡재’를 거쳐 완성된 ‘이재명 체제’에서 단일대오 전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민주당은 지난 1심 판결을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사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 ‘미친 재판’ 등 날 선 발언으로 자신들의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이 하나로 똘똘 뭉치고, 총구를 외부로 겨누는 것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어기제’ 때문으로 보인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방어기제 중 ‘분리’는 위기의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 편, 네 편을 구분하는 것을 뜻한다. 내 편의 보호를 받으며, 네 편에게는 공격성을 쏟아내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적대적 감정을 정당화한다. 민주당이 사법부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공세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이분법적 방식을 고집하면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지나친 분리는 세상을 왜곡하고 편향적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붙이게 한다. ‘단일대오’ 전략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이재명 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당내 대표적 강성 친명으로 꼽히는 최민희 의원은 이 대표의 1심 선고 이후 비명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는다. 내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발언이 너무 셌다’며 해명하긴 했으나, 당내서는 비명계에 대한 은근한 압박을 보내는 중이다. ‘이재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친명 단일대오의 왜곡된 방어기제의 결과인 셈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있다. 이 대표 역시 지난 전당대회 기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성이 생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전략을 수립하되, 그 과정에서 기본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믿는다면, 그의 말처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