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한 무명배우의 SNS 댓글 하나로 시작된 파장이 성희롱 논란이라는 나비효과로 번졌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18일 방송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이국주와 래퍼 슬리피 커플은 이날 방송에서 처음으로 볼에 뽀뽀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국주를 응원하기 위해 슬리피가 도시락을 들고 tvN ‘코미디 빅리그’ 대기실을 방문했고, 개그맨들의 부추김에 의해 스킨십을 시도하게 된 것이죠.
방송 이후 이국주의 SNS에는 악플이 쏟아졌습니다. 네티즌들은 이국주의 외모를 비하하는 건 물론, 슬리피의 행동을 두고 “자본주의의 끝”이라며 조롱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습니다.
이국주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이국주는 자신의 SNS에 달린 공격적인 악플을 캡쳐한 사진과 함께 “너네 되게 잘생겼나 봐. 너네가 100억 원 줘도 나도 너네와 안 해. 슬리피 걱정하기 전에 너네 걱정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미안하지만, 다 캡처하고 있다”며 “(슬리피) 오빠 팬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상처 안 받아요. 그런데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임. 기대해도 좋아요”라고 강경 대처 의사를 내비쳤죠.
여기에서 멈췄으면 이국주의 이름이 계속해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진 않았을 것입니다. 문제는 무명에 가까운 신인 배우 온시우의 댓글이었습니다.
온시우는 이국주가 올린 SNS에 “댓글로 조롱당하니까 기분 나쁜가요?”라며 “당신이 공개석상에서 성희롱한 남자연예인들 어땠을까요? 대놓고 화낼 수도 없게 만드는 자리에서 씁쓸히 웃고 넘어갔을 그 상황. 이미 고소 열 번은 당하고도 남았을 일인데 부끄러운 줄이나 아시길”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온시우가 갑자기 이국주에게 성희롱을 언급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국주가 과거 남자 출연자들을 상대로 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죠. 네티즌들은 이국주가 2014년 SBS ‘스타킹’에서 마술사 하원근에게 기습 입맞춤을 한 일과 2015년 ‘SBS 연예대상’에서 김종국에게 키스를 요청한 일, 지난해 2월 SBS 파일럿 '나를 찾아줘'에서 가수 조정치의 엉덩이를 수차례 만진 일 등을 거론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온시우의 발언은 19~20일에 걸쳐 큰 화제가 됐습니다. 악플러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을 뿐인 이국주는 순식간에 성희롱 논란의 당사자가 되고 말았죠.
이를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네티즌들은 이국주를 비난하는 입장과 이국주 개인이 아닌 불편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송계의 문제라는 입장, 또 악플 얘기가 왜 성희롱 논란으로 번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격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댓글 하나로 이름을 알린 온시우에 대해 관심 받고 싶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죠.
네티즌들의 악플과 성희롱 논란은 분명 다른 얘기입니다. 이국주를 향해 악플을 쏟아낸 네티즌들에게 강경 대응을 취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성희롱 논란을 겪고 있다는 이유로 이국주가 대응하지 못할 이유는 없죠.
하지만 이국주도 성희롱 논란을 모른 척 넘겨서는 안 될 일입니다. 잘못하면 아이돌 그룹 B1A4를 성희롱 했다는 논란으로 지난해 tvN ‘SNL 코리아’에서 하차하고 자숙 중인 이세영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 성희롱 논란은 이국주 개인의 일탈로 벌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그녀가 밝혔듯 대본에 의한 것이라면 그 대본을 쓴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니까요.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대해 방송계가 다시 고민해봐야 된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진짜 교훈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