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가야 추정 왕궁지인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당시 유력 계층의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금관가야 추정 왕궁지로 알려진 ‘김해 봉황동 유적(사적 제2호)’에 대한 최근 발굴조사에서 다수의 대형 건물지와 의례용 유물이 발견됐다고 21일 밝혔다.
가야문화재연구소는 기존의 조사 성과와 ‘김해군읍지(金海郡邑誌)’의 수로왕궁터 기록을 근거로 금관가야 중심세력의 실체를 찾고 그 실증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매년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지난 3월부터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그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봉황동 유적의 전체적 층위 양상과 가야 시기 대형 건물지군의 존재를 확인했다.
또 화로형토기, 통형기대(筒形器臺, 긴 원통을 세워둔 모양의 그릇받침), 각배(角杯, 뿔 모양 술잔), 토우 등 의례용으로 추정되는 유물들을 다수 발견했다.
연구소는 층위 조사에서 현재 지표면으로부터 4.5m 아래에서 기반층을 확인했다.
문화층은 원삼국 시대 민무늬토기가 출토된 문화층, 가야 시기의 건물지와 소성유구(燒成遺構, 불탄 흔적이 있는 주거지) 등이 중복된 문화층, 이후 통일신라 시기와 조선 시대까지의 문화층을 확인했다.
가야 시기 문화층 조사에서 다수의 대형 건물지를 발견했으며 건물지들은 대체로 지름 10m 이상으로 일정 구역 내 밀집된 양상을 보였다.
대표적인 건물지는 3호 건물지다. 바닥은 타원형이다. 이 일대에서 가장 크고 기둥자리가 비교적 잘 남아 있는 벽주건물지이다. 벽주건물지는 외곽에 벽을 돌린 형태로 벽 사이 기등울 세운 건물지를 말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봉황대 진입로 개설구간의 46호 주거지, 창원 신방리유적 5호 주거지 등에서도 비슷한 형태가 발견됐다”며 “이 같은 대형 건물지군은 그동안 봉황동 유적 일대에서 발견된 일반 생활유적과는 차별화된 공간으로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의례용으로 추정되는 유물인 화로형토기, 통형기대, 각배, 토우 등도 다수 발견됐다.
화로형토기는 금관가야를 대표하는 김해 대성동고분군의 수장급 고분에서 출토된 것과 비슷한 모양이다.
통형기대는 막대기 모양의 띠(봉상, 棒狀)가 부착돼 있고 띠 전면에 일렬로 찍혀 있는 고리점무늬(원권문, 圓圈文)와 둥근 몸체에 둘러진 물결무늬, 엇갈리게 뚫은 사각형 구멍(투창, 透窓) 등이 있어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은 독특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통형기대는 가야의 수장급 고분에서 주로 확인되는 유물로 생활유적에서 발견된 사례가 없다.
이 유물들은 지난해 발굴조사에 출토된 차륜형(車輪形, 차바퀴) 토기, 구슬‧곡옥 등의 장신구류와 함께, 봉황동 유적을 점유하고 있었던 유력 집단의 존재를 시사하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아직 베일에 싸인 ‘가야의 왕궁’이지만 차별화된 계층의 존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유구와 유물이 계속 발견되고 있어 앞으로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며 “이후 연차적인 전면 발굴조사를 통해 유적의 성격을 뚜렷하게 밝히고 이를 가야사 복원과 연구에 필요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오는 22일 오후 2시 김해 봉황동 발굴현장에서 조사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해=김세영 기자 yo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