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 작가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을 언급하며 방송계의 부조리를 고발했다.
'인니'라는 필명의 이 작가는 지난 24일 KBS구성작가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내가 겪은 쓰레기 같은 방송국, 피디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내부고발자가 살기 힘든 세상이기에 '글을 쓰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최근 분위기 변화에 힘입어 글을 올린다.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이 작가는 '그것이 알고싶다'에 대해 “방송 일을 하면서 만난 최악의 프로그램”이라며 작가로 일하던 당시 “월급은 160만 원, 6주 간격으로 팀이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그곳에선 24시간 일했다. 첫 주만 10시쯤 출근해 7시쯤 퇴근하고, 2-5주엔 밤낮도 주말도 없이 일을 했다. 수당은 없었다”고 폭로했다.
방송 구성 혹은 글 쓰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 작가는 “밥 심부름, 커피 심부름이 주 업무였다”며 “나는 심부름꾼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부당한 처우에 대해 당시 담당 PD는 “여기는 똑똑한 작가가 아니라 말 잘 듣는 작가를 원하는 곳”이라며 “그렇게 똑똑하게 굴 거면 여기서 일 못해. 다들 그렇게 일 해왔고, 그게 여기의 규정이다”라고 해썌다. 이 작가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적폐 청산을 부르짖을 때마다 나는 웃긴다”고 비판했다.
'목격자들'에서도 비슷했다. 그는 “출근 전까지 급여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첫 출근 날 급여를 묻자, 담당 PD는 '공중파처럼 120만 원 씩은 못 줘'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그가 만난 KBS PD의 태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KBS에서 일할 당시 술을 마시고 회의에 들어오는 PD가 있었다”며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PD였으니까.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는 당당했다. 그 PD는 KBS 파업에 참여했다. 어쩌면 마음 놓고 낮술 할 수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이 작가는 “파업이니 뭐니, 권력에 희생당한 약자인 척하는 당신들이 웃긴다”라며 “당신들은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없으니 그런 것도 하겠지. 나는 당신들의 착취로 당장 먹고 살 일이 아쉬워 사회에 관심조차 주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에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고용노동부 조사관은 “방송 쪽은 제대로 처리가 안 될 수 있다”며 “그래도 괜찮으면 조사받으러 한 번 나오라”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 말을 듣고 의지가 꺾여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는 “10여년 전, SBS에서 막내작가 한 분이 본사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라며 “그 이후에도 여전히 문제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자의 비참한 선택을 조명해야 할 언론이 자신들의 치부가 두려워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조차 모른다”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 작가들의 처지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은 조회수 3만6000을 돌파했고 각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다. 사회의 불합리한 일들을 폭로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 내부에서도 이처럼 부당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에 다수의 네티즌들이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26일 동아닷컴에 따르면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작가 및 보조 작가의 처우 문제를 포함하여 프로그램 제작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전반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라며 “문제점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