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일어난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제발 재조사를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지난 3일부터 21일까지 참여한 사람만 14만3000명이 넘는다.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은 2004년 드라마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원생 A씨와 그의 여동생 B씨가 6일 간격으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말한다.
당시 A씨는 배우들을 관리하던 현장 반장 등 관계자 12명으로부터 지속해서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 관계자들은 반항하는 A씨에게 칼을 들이밀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정작 A씨를 죽인 건 경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A씨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그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를 가해자의 옆에서 조사받게 했고 A4 용지와 펜을 주고 성기의 모양을 그려보라는 등 자세한 피해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게 했다.
결국 가해자들의 협박에 못이긴 A씨는 고소를 취하하고 2009년 8월 세상을 떠났다. 유서에는 “죽는 길만이 사는 길이다”라는 글과 함께 많은 욕설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A씨를 방송국에 소개했던 A씨의 동생이 목숨을 끊었고, 두 딸의 죽음에 충격 받은 아버지마저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했다. 홀로 남은 A씨의 어머니는 법적 싸움이 이어가고 있다. 가해자들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까지 벌이다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재판에서 법원 측은 "공권력이 범한 참담한 실패와 이로 인해 가중됐을 A씨 모녀의 고통을 보면서 깊은 좌절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A씨 어머니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어머니는 지난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이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며 “가해자들이 반드시 업계에서 퇴출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네티즌 역시 “여전히 가해자들과 부실 수사를 한 사람들은 잘 살고 있다”며 “가해자들은 공중파 3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처벌을 촉구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