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건 TV를 켜놓고 잠들기에 정말 좋은 프로그램”
tvN 새 예능 ‘숲속의 작은 집’에 대해 설명하던 나영석 PD는 “시청률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전작 ‘윤식당2’가 워낙 좋은 시청률 성적을 거둔 덕분에 회사에서 ‘한 번 정도는 시청률이 낮아도 된다’고 했단다. 제작진은 출연자를 붙여놓고 재미있는 상황이나 설정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보다가 잠들기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첫 방송 전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었다.
나 PD는 3년 6개월 전 ‘삼시세끼’를 처음 방송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주변에서 반대도 심했고 이런 프로그램을 누가 볼까 싶다는 말로 새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삼시세끼’는 낮은 시청률에서 시작했지만 시즌을 거듭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자신이 없다는 나 PD의 말이 더 큰 기대가 되는 이유다.
나 PD가 새롭게 선택한 콘셉트는 고립이다. ‘삼시세끼’가 도시를 떠나 농촌, 어촌에서 직접 밥을 해먹는 콘셉트였다면, ‘숲속의 작은 집’은 아예 인적이 없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출연자들은 전기, 수도, 가스까지 제한된 숲속의 작은 집에서 홀로 생활한다. 자연을 벗 삼아 지내며 작은 행복을 찾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전부다. 누군가와 대화도 하지 않고 게임도 안 한다. 제작진이 예능적인 재미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남긴 것도 당연하다.
4일 오후 2시 서울 영중로 타임스퀘어 아모리스 홀에서 열린 ‘숲속의 작은 집’ 제작발표회에서 양정우 PD는 “오프 그리드(Off Grid)는 외국에서 온 개념이다. 자연 속에서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삶의 태도를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내가 오프 그리드를 좋아한다. 신규 프로그램 기획회의를 하다가 ‘숲속에서 혼자 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줬다. 힘을 빼고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프로그램과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도 설명했다. 나 PD는 “지금 많은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우리 팀은 우리가 지금 하고 싶은 걸 프로그램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며 “한 번쯤 해외에서 식당을 열고 싶다거나, 한 번쯤 시골에서 세끼 밥을 먹으면서 살고 싶다는 욕망을 다른 분들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숲속의 작은 집’도 분명 그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먹고 살기 위해 도시에서 바쁘게 사는 시청자들에게 여유로운 삶을 보여주면 대리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도 “하지만 이전 프로그램들과 달리 재미있으라고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렇게 혼자 사는 프로그램을 누가 볼까 싶다”고 털어놨다.
프로그램이 제작에 힘이 된 건 박신혜의 빠른 출연 결정이었다. 나 PD는 “처음 프로그램을 만들 때 혼자 사는 이야기라 재미없을 텐데 누가 할까 고민했다”며 “박신혜가 이런 곳에서 살면 보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신혜 회사에 혹시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는데, 30분 만에 박신혜에게 전화가 와서 ‘저 거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했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이어 “박신혜의 반응이 제작진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됐다”며 “만약 출연자가 원하고 행복할 것 같다고 느낀다면, 시청자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자발적 고발을 즐길 수 있는 출연자로 박신혜와 소지섭을 캐스팅했다. 나 PD는 “숲속의 삶이 좀 부족하고 힘들더라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출연하길 바랐다”며 “박신혜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고 실제로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지섭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더라”라며 “거의 스님의 삶을 살고 있다. 심심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 소지섭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점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숲속의 작은 집’은 ‘윤식당2’ 후속으로 오는 6일 오후 9시50분 첫 방송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