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내꺼야’(PICK ME)는 발매 하루 만에 음원 차트에서 사라졌다. Mnet ‘엠카운트다운’을 통해 첫 무대가 공개된 직후 70위권까지 올라왔지만 빠르게 내려갔다. 평범한 아이돌 그룹의 곡이었다면 역주행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꺼야’는 다르다. Mnet ‘프로듀스 48’의 주제곡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내꺼야’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 방송이 시작되면 ‘내꺼야’는 무서운 속도로 음원차트에 진입해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그 파괴력은 단순한 음원차트 상위권 이상이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내꺼야’가 울려퍼질지 모른다. ‘프로듀스 48’에 관심이 없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게 되는 2018년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2016년의 ‘픽 미’, 2017년의 ‘나야 나’가 그랬던 것처럼.
‘내꺼야’의 부제는 나를 뽑아달라는 의미의 픽 미(PICK ME)다. ‘픽 미’와 ‘나야 나’도 같은 부제를 썼다. 같은 부제를 통해 세 곡은 같은 프로그램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가사 내용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사실 정도는 가볍게 무시된다.
이처럼 ‘내꺼야’에는 이전 곡인 ‘픽 미’와 ‘나야 나’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내꺼야’의 콘셉트는 수동적인 ‘픽 미’보다 적극적인 ‘나야 나’에 가깝다. 좋아하는 상대를 향한 마음을 더이상 숨길 수 없는 소녀가 ‘오늘부터 넌 꼭 내꺼야’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노래다. 상대가 자신을 선택해주길 바란다는 의미의 ‘픽 미 업’(pick me up)이 추임새로 반복해서 사용된다. 이는 당당한 겉모습과 달리 여린 속마음을 드러낸 것일 수도, 의미 없이 ‘프로듀스101’을 떠올리게 하는 곡의 분위기를 위해 적힌 것일 수도 있다. 또 ‘나 저장 할래’, ‘이제 네 맘속의 주인공은 바로 나’처럼 시즌2를 떠올리게 하는 가사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안무에서는 프로그램을 상징하는 로고의 모양이 바뀌었다. 시즌1에서 분홍색 삼각형이었던 로고는 시즌2에서 파란색 삼각형으로 바뀌었다. 그에 따라 무대와 의상 색깔도 바뀌었다. 손가락과 팔을 이용해 다양한 삼각형을 표현하는 안무는 그대로였다. 시즌3에서는 분홍색 사각형이 됐다. 무대와 안무에서 사각형이 적극 활용됐다. 이는 프로그램 콘셉트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지난 10일 공개된 첫 무대에서는 각각 삼각형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연습생들이 만나 다이아몬드 형태의 사각형 무대를 형성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손가락을 이용해 만든 삼각형을 사각형으로 바꾸는 포인트 안무도 눈에 띈다.
이전 시즌에서 볼 수 없었던 변화도 있다. 바로 일본어 음원이다. ‘내꺼야’는 한국어 버전과 일본어 버전 음원을 동시에 내놨다. 일본인 연습생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동시에 이번 시즌에선 언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제작진과 연습생들에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을 짐작하게 한다. 또 한국어 버전에는 일본어가 없지만, 일본어 버전에는 ‘내꺼야’, ‘넌 내꺼’, ‘꼭 내꺼’ 등 간단한 한국어 가사가 들어있다. 곡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내꺼야’가 어쩌면 일본인이 발음하기 편한 단어라는 점을 고려해 탄생됐을지 모른다는 추측도 할 수 있다.
‘내 거야’는 어딘가 밋밋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나야 나’에서 띄어쓰기를 훌륭하게 지켜낸 제작진은 ‘내꺼야’에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한 번에 파괴하고 말았다. 어쩌면 이 노래를 쉽게 따라 부르고 받아들일 일본인을 위해 ‘내꺼야’를 하나의 대명사로 만들 작정인지도 모른다. 맞춤법 파괴를 감수하더라도 발음 기호를 정확히 적어주는 것이 곡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더 잘 전달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혹시 ‘프로듀스 48’과 ‘내꺼야’의 높은 인기로 잘못된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횡행하는 일은 없길 바랄뿐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