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이 가장 중요합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겁니다."
29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노인장기요양보험 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는 "장기요양정책의 목표를 베이비붐 세대의 헬스 에이징(Health Aging)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영향으로 노인인구가 폭발할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8년 개띠'는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통한다. 한국전쟁을 마친 후 1958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 실제로 60세 이상 인구 중 58년 개띠의 비율이 가장 높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중에서도 10명 중 1명이 1958년 생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건강상태는 낮은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해가 갈수록 만성병을 가진 노인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70대에 주목해야 한다. 윤 교수는 "가장 질병이 많이 쌓이는 시기가 70~75세다. 보건의료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들"이라며 "이 시기를 잘 관리하면 75세가 넘어서 일상 기능을 유지하지만, 그렇지않은 경우 기능장애로 요양원에 누워 생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70대는 1인가구 비율이 급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통계청의 '2017년 고령자 통계'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1인 가구 중 70대가 47.5%로 가장 높다. 이어 80대 이상(26.5%), 65~69세(26%) 순이다. 가장 지병이 많고, 기능장애가 시작되는 시기에 혼자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올해 만 60세인 '58년 생 개띠'는 10년 후 만 70세가 된다.
이에 윤 교수는 장기요양정책의 목표를 다시 설정하자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하는 장기요양보호서비스의 핵심개념은 ▲자립생활 지향 ▲대상자(노인) 중심 ▲지속가능성 보장 등이다.
그는 "지금 노인장기요양보험정책은 노인보다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또 노인의 신체활동, 자립생활을 강화하기보다는 수발, 가사지원에 그친다. 재가서비스의 비율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며 "앞으로는 제공자 위주의 서비스를 대상자(노인) 중심으로 변경하고, 미비한 예방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예방적 차원에서 경증노인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내에서 타인의 수발없이 스스로 자립 생활하는 것이 노인의 기본형이 돼야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의학적으로 노화(老化)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노쇠(老衰)는 피할 수 있으며,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허약한 노인을 얼마나 팔팔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도 노쇠하지 않고, 건강하게 나이들 수 있도록 미리 예방해야 한다"며 "기능이 떨어지기 전에 기능 장애를 초기에 관리한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충분히 일하고(Health Aging), 살던 곳에서 자립 생활(Aging In Place)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노인이 많아지더라도 장기요양서비스가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요양이 필요치 않은, '건강 노인'이 많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