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에 이어 소주·맥주 등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세수 확충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정부는 국민건강이라는 미명을 내세우며 담배에 대한 가격정책을 추진했으나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지난 3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현재 ‘건강보험 재정확충 다양화 및 사회적 합의 도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이를 위해 주류 역시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건강위해요인으로 규정하고 ‘주류부담금’을 부과해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확대해야한다고 밝혔다.
술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담배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2013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에 의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9조4000억원으로 흡연 7조1000억원이나 비만 6조7000억원 대비 높다.
문제는 주류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주류부담금 과세가 사실상 ‘국민건강’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5년 정부는 국민건강을 기치로 담배 가격인상을 단행했으나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실제로 정부는 2015년 1월 국민건강증진을 명분으로 담배세수에 포함된 건강증진부담금을 354원에서 841원으로 2배 넘게 인상했다. 여기에 개별소비세와 연엽초 생산안정화기금이 추가되면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담배가격은 4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가격이 오르면서 세수도 크게 올랐다. 담배세 인상 전인 2014년 6조9905억원이던 담배세수는 가격인상 당해연도인 2015년 10조5181억원으로 50.46% 증가했다. 반면 가격정책으로 인한 효과는 미미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지난해 기준 39.3%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지만 담배판매량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판매량도 20억900만갑으로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세금인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억제력이 미미하다는 것을 선례로 알고 있음에도 강행하는 것은 세수 확보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이유다.
또한 이러한 주류부담금 과세는 실제 소비자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서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2016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출고가 가격인상을 단행하면서 일선 음식점 맥주 가격이 지역에 따라 5000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이는 출고가격과는 달리 주류유통업자 등에 따른 유통마진이 포함된 외식판매가격에 따른 것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맥주의 외식판매가격은 소매가격의 2.8배 수준이었다. 2016년 당시 출고가격이 6% 인상됐을 때 맥주가격은 4000원에서 최대 4672원으로 16.8%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음식점 판매가의 경우 500원에서 1000원 단위로 오르기 때문에 실제 가격은 5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만 관련업계에서는 주류 가격인상의 경우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에도 주류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을 과세하겠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면서 “소비자들이 (주류 건강부담금 과세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문제를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실제 과세가 이뤄질 경우 가격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