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2016년부터 시작된 ‘수주절벽’ 여파로 인해 올 3분기에도 침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좋은 수주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수주산업’ 특성상 실적은 1~2년 후에 매출로 반영된다. 결국 내년까지 조선업계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2016년~2017년 수주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이에 더해 낮은 선가, 원재료인 강재 가격의 인상, 고정비 부담 등으로 업황은 침체 국면에 빠져들었다. 이 같은 결과는 올해와 내년까지는 매출에 반영돼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우선 국내 조선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 플랜트 실적 증가에 힘입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289억원,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2419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3.8% 증가했다.
흑자 전환의 배경은 해양플랜트의 체인지오더(C/O)체결에 따른 결과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전분기 대비 늘어난 3386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반면 조선 부문은 전분기 1440억원 영업 손실보다 규모가 더욱 커졌다. 각종 일회성 비용의 발생, 원자재가 상승, 고정비 부담 증가로 인해 30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황이다.
이날 삼성중공업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123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 100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5% 감소한 1조313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판매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 3년 치 임금협상 타결에 따른 일시적 비용 등 불가피한 손익차질 요인이 추가로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4일 실적 발표가 예상되는 업계 2위인 대우조선해양은 흑자가 예상되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액 2조1998억원, 영업이익 1369억원을 기록해 흑자를 거둘 전망이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 예상되는 영업익이 30% 가량 적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통해 현재 1만명 수준인 직원을 올해 말까지 9000명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이달 중순 기자간담회를 통해 관련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점쳐진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조선업계의 업황이 2020년부터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5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가운데 한국이 65%인 163만CGT(28척)를 수주해 5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선가(뱃값)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의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지난달 130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조선가지수가 130포인트를 넘은 것은 2016년 업황 침체 이후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매출이 반영되는 내년까지 조선업계의 실적은 안좋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2020년부터 회복세에 접어든 수주물량 등이 반영돼 업황 개선이 이뤄질 것을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 조선사들이 만들 수 없는 LPG, LNG 등 친환경 선박 기술에 우위를 점하고 있고, 관련 선박 수주가 최근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수주실적이 2020년 매출에 반영된다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