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선수 출신인 근로감독관은 걸음걸이부터 달랐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발걸음으로 필요한 이들에게 달려갔다. 횡포를 부리는 ‘갑’(甲)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시청자는 부당한 현실과 닮은 드라마 속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조장풍 선생의 시원한 엎어치기 메치기에 통쾌함을 맛봤다.
배우 김동욱은 MBC 월화극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근로감독관 조진갑 역을 맡아 서민 히어로의 진수를 보여줬다. 연기와 작품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고, 안정적인 시청률 성적도 뒤따랐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영동대로 모처에서 만난 김동욱은 조진갑 특유의 걸음걸이에 대한 비밀을 털어놨다.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걷는 것이 캐릭터 표현을 위해 의도된 자세라는 설명이다. 김동욱은 이 작품을 위해 약 10㎏ 정도를 증량한 것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살이 쪄서 걸음걸이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웃음). 조진갑의 걸음걸이는 제가 많이 고민한 결과물이에요. 캐릭터를 만들면서 일단 이 친구가 어딜 가거나 등장할 때부터 항상 당당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유도 시합 장면을 보다가 선수들이 시합장에 들어서는 걸음걸이를 눈여겨보고 그 모습을 캐릭터에 녹여냈죠.”
김동욱은 공무원이자 영웅인 조진갑을 연기한 것에 관해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무사안일을 지향하던 공무원 조진갑이 각양각색의 근로자들을 만나,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며 점차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조진갑의 매력적인 성향이 공무원이란 직업을 만나 재미있게 펼쳐진 것 같아요. 작품을 준비하며 ‘현실에 이런 인물이 정말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실에서도 타인의 어려움을 돕는 사람은 존재하잖아요. 그런 사람이 조금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죠.”
지난해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와 드라마 ‘손 더 게스트’에 연달아 출연하며 전성기를 맞은 김동욱은 이번 작품으로 첫 타이틀 롤에 도전했다. 이에 관해 김동욱은 “부담감 보다 도전의식이 더 컸다”고 말문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워요. 시청자 분들이 긍정적으로 작품을 평가해주셨고,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반응도 많았으니까요. (시청률 면에서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나아진 결과로 마무리하게 된 점도 그래요. 드라마에서 본격적인 유도 액션을 거슬리지 않게 해냈다는 개인적인 뿌듯함도 있어요. 16부작 드라마를 4개월 넘게 촬영하며, 온전히 잘 마무리 했다는 것이 아주 큰 경험이고 공부가 된 것 같아요. 촬영 현장에 매번 나가 제작진과 소통하는 방법도 배웠고요. 앞으로 작품에 임할 때, 좋은 토대가 될 거예요.”
지난해부터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까지 쉼 없이 달려온 김동욱은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숨 가쁘게 진행된 드라마 촬영 때문에 다음 작품을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 팬들의 기대가 컸던 ‘손 더 게스트’ 시즌2나 영화 출연도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2019년의 첫 작품이 잘 끝나서 다행이에요. 올해도 지난해처럼 연말까지 작품을 하면서 마무리하고 싶어요. 일단 잠시 쉬다가 또 다시 시작해야죠. 많은 분들이 최선을 다해 좋은 작품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해주신 만큼,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보고 싶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키이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