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스탈린그라드(Stalingrad, 1993)’와 의사결정론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스탈린그라드(Stalingrad, 1993)’와 의사결정론

기사승인 2020-06-18 14:58:25

“인류가 전쟁을 전멸시키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다.” 존 F. 케네디의 말이다.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명분이야 어떻든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은 침략 당한 국가뿐만 아니라 침략국 모두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죄악이다. 영화 <스탈린그라드>는 6개월간 1백 65만 명이라는 단일 전투로는 역사상 가장 큰 사상자를 냄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세를 연합국에 유리하게 전환시키게 된 계기가 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린 영화이다.

대부분의 전쟁영화들이 승전국인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이나 유태인의 입장에서, 승전국과 패전국을 ‘선’과 ‘악’의 대비적인 구도로 전쟁의 참상을 그리고 있으므로, 독일은 악마의 화신처럼 표현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독일의 요셉 빌스마이어 감독이 독일 패전 50주년인 1993년을 맞아 그려낸 추모작으로, 패전국인 독일의 시각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조명한 최초의 전쟁영화이다. 독일인 스스로의 자성과 함께, 자신들도 전쟁의 희생자였음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영화사적 가치 면에서도 의의가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영화를 통하여 지도자의 잘못된 ‘의사결정(decision-making, deciding)’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매일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결정을 내리고 있으므로, 삶 자체가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다. 특히, 지도자의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그 조직의 성패와도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국력은 방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침략에 있다.” 히틀러의 말이다. 그는 이러한 잘못된 국가관에 의해 많은 국민을 전쟁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다. 히틀러의 의사결정은 모든 독재자들이 상투적으로 내세우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명목에서 비롯된 개인적 의사결정의 전형적인 예이다. 사실, 스탈린그라드는 히틀러가 특별히 점령하고자 한 땅은 아니었다고 한다. 애초에 히틀러는 카스피안 해안과 코카서스 산맥의 석유 광산을 공격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그가 갑자기 목표지를 바꾸게 된 것은 스탈린그라드가 지니고 있는 ‘스탈린의 도시’라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스탈린도 끈질기게 스탈린그라드를 지키고자 했다. 독재자의 승부욕에서 비롯된 잘못된 의사결정은 전쟁을 장기화했고, 엄청난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의사결정 문제는 특정 조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미래지향적이며 전략적인 측면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몇 가지 대안 중 가장 유리하고 실행 가능한 대체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올바른 목표’의 설정이다. 전쟁의 승리 여부를 떠나 ‘전쟁’ 그 자체는 부인되어야 할 잘못된 목표이다. 지도자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많은 사람을 불행에 빠트리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반전 가수 밥 딜런(Bob Dylan)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balls fly(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나서야) / Before they’re forever banned(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 …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습니다.)”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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