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앞서 2년의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 결과는 지금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29일 이같이 말했다. 이는 지난 2년간 국토위가 국정감사를 끝내고 ‘결과보고서’ 채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토위는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들을 불러놓고 ‘쓴 소리’만 내놓았을 뿐 국회의 이름으로 그에 따른 시정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21대 첫 국감을 두고 또 다시 반복될 우려를 낳고 있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2017년 국정감사 이후 올라온 국정감사 결과보고서가 없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2018년과 2019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가 없는 상황이다.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는 감사 실시 대상기관별 감사실시 내용과 감사결과에 대한 처리의견을 담은 보고서다. 여야 합의를 통해 상임위 별로 작성되며 본회의를 통해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을 채택해 피감기관에 전달된다.
피감기관은 전달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적사항에 대해 시정 및 처리 후 이를 다시 국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밞는다. 한 마디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선별해 국회의 이름으로 피감기관에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다.
그러나 여야 간 정쟁에 국토위는 2018년과 2019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에 실패했다. 국정감사 결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서 피감기관들은 감사를 받았지만 개선을 요구받은 사실이 없게 됐다.
예를 들어 국토위 피감기관 가운데 한 곳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국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방만 경영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한 국토위원은 “2018년에도 HUG의 방만한 예산 운용에 대해 지적했는데 전혀 개선된 바 없다”며 “자체 관사가 타 기관보다 훨씬 많은 44개나 되고,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도 불구하고 HUG는 야근 수당이 되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구)자유한국당 소속 또다른 국토위원도 “전임 사장은 해외 출장을 3년 동안 4번 갔는데, 이재광 사장은 1년 반 동안 6번 갔다. 선진국 견학 목적으로 일주일 동안 무려 5700만원을 들여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을 둘러봤다”며 “불필요한 출장을 관광 목적으로 만들어갔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밖에 여의도 빌딩에 마련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집무실, 임대차 기간을 남겨놓고 이전한 서울역 T타워 사무실 문제 등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HUG가 공시한 국감 지적사항을 보면 2017년 국정감사 이후 지적받은 사항이 없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공시에는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사항도 나와 있지 않다. 결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서 국회의 개선 요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단 이러한 문제는 국토위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교육위원회는 2010년~2016년과 2019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과 2018년, 보건복지위원회는 2018~2019년, 국방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17년, 법제사법위원회는 2012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에 실패했다.
문제는 올해도 여야 관계를 볼 때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국감에서 부동산 대책을 두고 여야의 날선 공방이 예고된 만큼 보고서 채택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여당 국토위 관계자는 “보고서 채택에 노력하겠지만 합의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올해 어떻게 될지 확답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보고서 채택과 무관하게 국감 지적사항에 대해 피감기관들의 개선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 한 관계자는 “국감 지적사항에 대해 보고서와 별도로 피감기관들이 검토와 개선 조치를 취하고 이를 보고 또는 공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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