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첫 장면부터 누군가 처참하게 죽었지만, 보다보면 그조차 잊고 만다. 1시간 내내 폭주하며 단 한 번의 쉴틈도 없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사망 사건으로 시작해 각종 범죄와 폭력, 불륜이 쏟아지듯 이어진다. 의문은 길게 가지 않고 곧바로 풀린다. 개연성을 따질 겨를도, 필요도 없어 보인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매번 소리를 지르거나 눈을 부릅뜨고 있다. 한마디로 그 안에 사는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데 그 세계에선 그게 보통인 것처럼 보인다. 시청자는 이제 누가 살아 돌아와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시즌2로 돌아온 ‘펜트하우스’의 이야기다.
SBS 새 수목극 ‘펜트하우스’ 시즌2(이하 ‘펜트하우스2’)가 19일 처음 전파를 탔다. 시즌1이 뜨거운 화제성을 뒤로하고 막을 내린 지 약 한 달 반 만의 귀환이다. 지난해 10월 첫 방송한 ‘펜트하우스’ 시즌1은 첫 방송부터 시청률 9.2%(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 이하 동일)를 넘어섰고 최종회에서 시즌 최고 시청률인 28.8%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만 넘어도 흥행 성공으로 평가받는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놀라운 성적이지만,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가 또 한 번 자극적이기만 한 ‘막장극’을 내놨다는 비평도 뒤따랐다. 화제작이자 문제작인 셈이다.
‘펜트하우스2’ 첫 회는 시즌1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출발했다. 지난 시즌 마지막 회에서 심수련(이지아)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도피자가 된 오윤희(유진)가 혐의를 벗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외에도 많은 일이 한 편에 담겼다. 제28회 청아예술제 성악 부문 대상 시상을 앞두고 누군가 사망했지만, 드라마는 곧장 사건의 4개월 전으로 돌아갔다. 뉴욕에서 공연을 펼친 천서진(김소연)은 우연히 전 남편인 하윤철(윤종훈)과 만나 하룻밤을 보냈다. 이를 안 주단태(엄기준)는 하윤철의 폭행을 사주했다.
지속적으로 천서진을 협박한 범인은 양미옥(김로사)으로 밝혀졌다. 양미옥은 심수련을 죽인 진범이 주단태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다. 오윤희는 양미옥 사망 전 경찰에 자수해 심수련을 죽이지 않았다고 자백했다. 주단태는 양미옥에게 심수련 살해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이 일로 오윤희 또한 누명을 벗고 딸 배로나(김현수)와 재회해 눈물을 흘렸다. 이로부터 1개월이 지난 후 천서진과 주단태의 약혼식에 오윤희와 하윤철이 헬리콥터를 타고 등장해 결혼을 했다고 알렸다.
이 모든 것이 1회에 이루어진 일이다. 시즌1도 과속주행이었지만, 시즌2는 그보다 더 빠르다. 시청하며 ‘갑자기?’ ‘여기서?’ ‘이 사람이?’라는 놀라움을 갖는 순간, 더 놀랄 만한 장면으로 전환된다. 앞선 시즌이 얼얼한 ‘마라맛’에 비유됐다면, 이번 시즌은 미뢰를 마비시키는 약 수준이다. “시즌1보다 더한 악행을 펼친다”는 출연 배우의 예고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첫 편만 봐도 알 수 있다.
‘펜트하우스2’는 여전히 생각을 할 수 없는 드라마다. 그 세계의 핍진성, 개연성 같은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시청이 어렵다.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가 만든 ‘펜트하우스’의 세계에선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다. 불필요하다. 인물들에게 남은 것은 욕망과 분노뿐이다. 이를 표현하는 방법도 폭력이나 고성밖에 없다.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에서 이성을 찾는 것이 무의미해 보인다. 심수련 마저 없으니 더욱 그렇다. 한치도 예상할 수 없는 내용이 이어질테지만, ‘펜트하우스2’가 무질서의 요지경 안에 지어졌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볼까
이날, 이 맛만 기다린 시청자에게 권한다.
◇ 말까
강-강-강-강으로 이어지며 솟구치듯 전개되는 이야기를 견딜 수 없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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