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손해보험업계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출시했고, 역대 최저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기록했다. 업계의 숙원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올해도 법제화에 실패했다. 또한 보험에 비교적 관심이 적은 MZ세대를 위한 미니보험을 선보였다. 쿠키뉴스가 올 한해 있었던 손해보험업계 이슈를 살펴봤다.
4세대 출시에도 실손보험 적자는 역대 최고치
시기에 맞게 자기부담금과 보장 내역을 변경해 온 실손의료보험이 올해 4세대를 출시했다. 4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은 보험료 할증이다. 직전 1년간 받은 비급여 보험금에 따라 최대 300%까지 할증된다. 보험금 청구를 안 하면 보험료가 낮아지고, 많이 이용할수록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된다. 할증제도가 도입된 대신 보험료는 기존 대비 10%에서 최대 70% 줄어든다.
보험사가 할증을 꺼내든 건 보험금을 많이 받는 일부 소비자 때문에 손해율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 3496만명 중 62.4%는 실손보험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2.2%에 해당하는 76만명이 1000만원 넘게 실손 보험금을 타갔다.
금융당국은 4세대 실손보험을 통해 손해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미 누적된 손해율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부 생보사들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사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올해 실손보험 적자가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적자 규모를 3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2조5000억원)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를 20%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당국은 15% 선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번 주 중 1~3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평균 인상률 의견을 보험사들에 제시할 예정이다. 올해 평균 인상률이 11%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최근 5년간 가장 큰 폭의 인상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턱 못 넘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계 숙원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올해도 법제화에 실패했다. 의료계 반발로 21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진료받은 후 의료 기관에 요청하면 진료 관련 자료를 전산망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나 제3의 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전송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가입자가 병원에서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모바일 앱, 팩스, 우편 등으로 보험사에 보내야 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12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는 의료 정보 유출 위험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진료비 등 보험금 청구 서류를 심평원에 제출하게 되면 비급여 항목을 정부가 살필 수 있어 이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내년에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여야 의원들이 각각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와 관련된 보험업법 개정 발의안을 내놓는 등 어느 정도 합의는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대선 등의 여파로 내년 3월 이후에나 다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해율 역대 최저, 자동차보험료 인하될까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차량 운행이 줄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 9월 상위 4개 손보사(삼성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D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9%로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82~83%로 이보다 낮으면 흑자를 보게 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분기에 1%p 개선되면 손보업계 전체적으로 400억원 내외의 손익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위드 코로나와 폭설 등 계절적 요인으로 지난달 상위 4개 손보사의 손해율은 86.6%로 집계됐다. 10월보다 4.9%p올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p 낮은 수치다. 1월~11월 누적 손해율은 또한 80.5% 아래로 아직 흑자 구간에 머물러 있다.
업계는 자동차보험료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에서 적자가 났다고 보험료를 바로 인상하지 않는 것처럼 올해 흑자를 냈다고 바로 보험료를 내리기는 힘들다”면서 “손해율 개선으로 흑자를 본 만큼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MZ세대 겨냥 미니보험 대세
손해보험사들은 보험에 비교적 관심이 적은 MZ세대를 위한 미니보험도 잇따라 내놓았다. 미니보험은 꼭 필요한 보장만 담아 보험료를 낮춘 소액보험으로, 통상 월 납부 보험료가 1만원 이하인 상품을 말한다. 온라인을 통해 판매해 인건비나 사무실 임대료가 반영되지 않아 보험료가 저렴하다.
삼성화재는 교통사고 시 상해 및 골절뿐만 아니라 운전자 벌금, 교통 사고처리지원금 등의 비용도 보장하는 소액 단기 상해보험 상품을 판매 중이다. 보험기간은 1일부터 30일까지 선택할 수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레저 활동 중에 발생한 상해, 골절, 배상책임 등을 보장하는 원데이 레저보험을 내놨다. 또 대중교통 이용 중 상해사망과 상해후유장해, 강력범죄 보상금, 성폭력 범죄 위로금 등을 보장하는 원데이 귀가 안심 보험도 선보였다. 보험기간이 하루짜리인 이들 상품은 모두 보험료 1000원 이하의 저렴한 상품이다.
KB손해보험다이렉트는 암에 대한 필수 보장이 가능한 미니암보험을 출시했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신체 기관별 암 보장을 추가할 수 있다. 보험료도 월 5000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캐롯손해보험은 스마트폰 도난‧분실 시 중고 스마트폰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미니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반려견 산책 시 발생할 수 있는 상해 치료 비용과 반려견 실종 시 수색 비용 등을 보장하는 펫 보험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니보험은 소액보험인 만큼 보험사의 수익이 크지 않다”면서 “소비자들의 가입 채널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특히 MZ세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