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개편에 돌입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결국 지도부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전면 쇄신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전주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3일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의원 모두는 모든 당직과 보직을 내려놓고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후보 빼고는 다 바꾼다는 방침이다.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선대위를 개편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았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자리서 사선을 지킨다는 각오로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화와 단결을 통해 지금부터 정권교체의 깃발이 힘차게 나부끼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전면 쇄신을 발표하며 물갈이를 예고했다. 이후 합류를 놓고 당내 반발이 컸던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전격 사퇴하며 첫 신호탄을 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도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사의를 표명했다. 선대위 내홍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남 탓을 할 것이 아니라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원내대표인 저부터 쇄신에 앞장서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며 “저부터 공동선대위원장직과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 역시 의총 공개 발언을 통해 “지금 이 상황에 무한한 책임을 지겠다”며 공동선대위원장과 정책위의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윤 후보를 뒷받침해온 선대위 주요 구성원들도 일괄 사의를 밝혔다. 중앙선대위는 전날 오후 “쇄신을 위해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지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까지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지했다가 번복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께서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께 사의를 표명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해들었다”며 “두 분 소통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고 해명했다.
김종인 위원장 역시 전날 오후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전달이 잘못돼 그런 사태가 생겼다”며 “사의를 표명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대위 개편안에 대해 “필요없는 조직도 붙어있다. 그런 조직 때문에 쓸데없는 경쟁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며 “최근에 나타난 시대전환 위원회에서 영입한 인사가 선거에 마이너스 효과를 줬다. 선대위가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총괄본부를 만들어서 총괄본부가 모든 상황을 직접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측은 조직 쇄신 차원에서 일괄 사의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 위원장은 신 전 부위원장 사퇴와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전날 신 전 부위원장 사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젠더 논쟁이 불러온 유감스러운 결과”라며 “그에게 덧씌워진 오해를 넘어서지 못한 현실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 주호영 조직총괄본부장 등 총괄본부장직도 일괄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사실상 선대위 해체 수순에 돌입한 모양새다.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자 ‘쇄신 고삐’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열세를 보이던 당시 선대위 전면 개편을 단행했던 것처럼 국민의힘도 민주당을 뛰어넘는 쇄신으로 지지율 반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전면 쇄신책이 윤 후보 지지율 반등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유재일 정치평론가는 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대위 전면 개편의 핵심은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한 것”이라면서도 “어떤 건설적인 방향으로 쇄신을 꾀할지가 관건이다. 기존 ‘선수단’을 바꾸는 정도로는 큰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