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들이 재가입 기간이 도래한 2⋅3세대 가입자를 어떻게 전환할지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신규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는 14개다. 이 중 전환용 4세대 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는 ABL생명, 신한라이프, 동양생명, KDB생명이다.
DGB생명, KB생명보험, DB생명, 푸본현대생명, AXA손해보험, AIG손해보험은 4월까지 전환용 상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늦어도 5월 안에 전환 상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실손 전환 비율을 살펴보겠다고 선언하면서 4세대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들이 황급히 준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실손보험 재가입 주기가 다가온 2⋅3세대 가입자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에는 보험 계약 만기가 끝나면 계약자는 만기 시점에 팔고 있는 상품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원칙이 담겨있다. 2⋅3세대 보험 가입자는 15년 후에 기존 상품이 아닌 새로 출시된 실손 상품에 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면서 가입자들은 새로 출시된 실손 상품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 보험업계는 이와 관련해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실손 재가입 관련 내용을 처음 들어봤다는 반응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 4세대 전환 상품을 마련하느라 여력이 없는 상태다. 2024년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약관을 마련할 당시 세워야 할 계획을 아직도 못 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15년 뒤라서 아직 안 만들었다는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나.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선택 자체가 없다”라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들은 전환용 4세대 상품을 재가입 상품으로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환 시 심사 여부는 보험사마다 달라 혼란이 우려된다. 현재 기존 실손 가입자는 별다른 심사 없이 4세대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재가입의 경우 추가된 보장내역에 대한 병력이 있는지 심사한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새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신한라이프는 별도 심사 없이 4세대로 재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기존에는 재가입은 심사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4세대로 가입할 때 심사 없이 바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세대별 보장내용이 모두 다르므로 4세대에 추가된 보장의 경우 관련 질병이 있는지 심사할 계획이다. 심사 통과가 안 되면 해당 보장내용만 빼는 등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발 중인 전환용 4세대 실손보험에 따라 심사 여부가 결정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유병자에 대한 옵션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따라 심사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일괄적으로 심사 없이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4세대 실손 중단 보험사 모두가 전환용 보험을 만들기로 했다”면서 “무심사 원칙이다. 재가입을 포함한 모든 4세대 실손 계약 시 별도 심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