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재석이 카메라 너머 PD를 흘겨보며 원망스럽다는 듯 외친다. “야 이 XX야!” 공중에 매달려 “똥 쌀 것 같다”고 하소연하거나 “죽여 버려”라며 이를 갈기도 한다. 천하의 국민 MC가 방송에서 비속어라니. 유재석을 거칠게 만든 이는 그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조효진 PD다. SBS ‘엑스맨’을 시작으로 ‘런닝맨’,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신세계로부터’ 등을 함께 한 두 사람은 오는 8일 공개되는 디즈니+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더 존: 버텨야 산다’(이하 더 존)에서 재회했다.
반가운 얼굴은 또 있다. ‘런닝맨’을 통해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이광수다. 지난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런닝맨’을 하차한 뒤 연기에 집중해온 그가 ‘더 존’을 통해 예능에 복귀했다. 여기에 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가 합류해 라인업을 완성했다. 조 PD는 6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더 존’ 제작발표회에서 “세 사람이라면 극한 상황도 유쾌하게 버텨내리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디즈니+가 처음 선보이는 한국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인 ‘더 존’은 8개의 재난 시뮬레이션 존에서 유재석, 이광수, 유리가 4시간 동안 버티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 PD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할 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라는 문구를 봤다”며 “재난 상황에서 버티는 모습을 통해 웃음과 위로를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예고편에서 출연자들은 더위, 추위, 좀비 바이러스 등과 사투를 벌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돈 등 현실과 밀접한 소재를 다룬 에피소드도 있다고 한다. 조 PD와 함께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동진 PD는 “출연자들의 본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재석, 이광수 놀리려고 출연한 줄”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세 출연자의 궁합이다. 유재석과 이광수는 ‘런닝맨’에서 10년 넘게 호흡을 맞췄다. 유재석은 “이광수와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다.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잘 맞는다”고 했다. 유리는 “유재석이 이광수를 놀리려고 ‘더 존’에 출연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 사람 사이 끈끈한 애정이 느껴졌다”며 웃었다. 이날도 이광수가 프로그램 내용 일부를 누설하자 유재석이 “혹여 시즌2에 광수가 안 보이면 이것(스포일러) 때문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너스레를 떠는 등 둘 사이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다. 다만 ‘런닝맨’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거친 언행이 ‘더 존’에서도 재현될 조짐이다. 이광수가 유재석의 뺨을 때리거나 엉덩이를 걷어차는 장면이 메인 예고편에 포착됐다.
“3화로 끝날 뻔했는데…유리 덕에 버텼다”
유재석의 추천으로 ‘더 존’에 합류한 유리는 강인한 리더십으로 유재석과 이광수를 이끌었다고 한다. 유재석은 “세 명 모두 손목시계를 누르면 버티기를 포기할 수 있었다. 저와 광수는 (손목시계를) 무척 많이 눌렀는데, 유리가 안 눌러서 (세트장을) 나갈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광수도 “만약 유리 없이 나와 재석이 형만 있었다면 (‘더 존’이) 3부작으로 끝날 뻔 했다”고 농담했다. 데뷔 초 예능 프로그램에서 까불대는 모습을 자주 보여 ‘깝율’로도 불린 유리는 “촬영에 과하게 몰입하다 보니 예능 감각보다 본능이 더 자주 튀어 나왔다”면서 “즐겁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했다. 에피소드마다 메시지를 녹인 점도 ‘더 존’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