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지키려다 인권 짓밟혀”…오메가엑스, 소속사 대표 고소

“꿈 지키려다 인권 짓밟혀”…오메가엑스, 소속사 대표 고소

기사승인 2022-11-16 16:27:59
그룹 오메가엑스.   사진=이은호 기자

“상품이 아니라 사람으로 존중받고 싶습니다.”

소속사 대표 강모씨를 고소하고 소송을 시작하는 11인조 아이돌 그룹 오메가엑스의 말이다. 이들은 지난 1년여간 강씨에게 폭언·폭행을 당하고 술자리에 억지로 불려가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며 최근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오메가엑스 측은 강씨를 폭행·협박·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공갈 미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위자료를 청구할 계획이다.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오메가엑스 멤버들은 16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 기회가 사라질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참아왔으나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약자들이 꿈을 위해 인권을 포기하지 않는 데 우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하면 강씨는 오메가엑스가 두 번째 음반을 준비하던 지난해 11월부터 멤버들에게 폭언을 하고 술자리 참석을 강요했다. 술자리에선 성희롱 발언과 신체 접촉도 벌어졌다고 멤버들은 털어놨다. 강씨가 수시로 멤버들에게 연락해 대화를 강요하고, 기분에 따라 ‘다음 음반을 내지 않겠다’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협박했다고도 주장했다.

오메가엑스.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

강씨의 폭언·폭행은 SNS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자신을 오메가엑스 팬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호텔 앞에서 오메가엑스 소속사 대표가 멤버들을 때리는 모습을 봤다’며 녹취록을 공개하면서다. 해당 녹취 파일에서 강씨로 추정되는 여성은 멤버들에게 “너희가 뭔데”라고 윽박질렀다. 누군가를 밀치는 소리도 담겼다. 해당 사건은 오메가엑스가 지난달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을 마친 뒤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멤버들은 지난 9월 예정됐던 멕시코시티 공연을 강씨가 직전에 취소했다고도 주장했다. 공연 전 쓰러진 자신을 멤버들이 돌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매니저 등 소속사 직원들도 강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멤버들은 말했다. 이런 사건이 쌓이면서 멤버들은 공황장애와 불안증세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오메가엑스 측은 “강씨 남편이자 소속사 의장인 황모씨에게도 피해 사실을 여러 번 알렸으나 황씨가 묵인했다”면서 “그에게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오메가엑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멤버들의 피해를 입증할 만한 사진과 영상 등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아직 위자료 규모를 확정하진 않았으나 민·형사 소송 모두 무난히 승소할 거로 본다”고 말했다. 같은 법무법인 소속 서주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부당한 권력이 꿈을 가진 젊은이의 인권을 유린한 문제다. 강씨는 꿈을 이루려는 멤버들 마음을 이용해 이들을 정신적으로 학대했다”고 강조했다.

멤버들은 “우리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멤버 일부는 이전 소속사에서도 폭언·폭행을 당하거나 목격했다. 폐쇄적인 업계 환경상 피해를 봐도 외부에 알리기가 어려웠다. 이번 일로 약자들이 꿈 때문에 인권을 포기하지 않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팬들에게는 “팬들 덕분에 11명 모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

쿠키뉴스는 오메가엑스 소속사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에게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강씨는 폭언·폭행 문제가 불거지자 이달 초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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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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