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주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초 강세를 보인 2차전지에 이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는 모양새다. JYP엔터와 하이브, YG엔터 주가는 올해 초 대비 급등했다. 그러나 SM엔터(에스엠)는 정반대의 행보다. 실적 부진과 아티스트 활동 지연이 문제로 작용했다. 엔터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증권가도 SM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을 제시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JYP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5% 상승한 11만9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20.84% 급등한 이후 연일 상승세다. 이날 급등으로 52주 신고가를 또다시 갱신했다. 하이브와 YG엔터테인먼트도 이날 각각 2.82%, 7.41% 올라 상승 곡선을 그렸다.
엔터주의 상승세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다. 특히 올해 초와 비교하면 ‘두 자릿수’ 이상 급등했다. JYP엔터는 지난 1월2일 6만7200원에서 11만9500원으로 77.8% 뛰었다. 하이브는 16만9500원에서 72.3% 상승한 29만2000원, YG엔터의 경우 4만8050원에서 90% 오른 9만1300원으로 급등했다. 투자자들에게 뛰어난 수익률 지표를 선보인 셈이다.
이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세 기업 모두 소속 아티스트들의 성공적인 활약과 더불어 콘서트, 굿즈, 앨범 등의 판매량도 증가했다.
각 사 공시를 살펴보면, 우선 JYP엔터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1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올랐다. 영업이익은 119% 늘어난 420억원이다. 또한 MD·유튜브·지식재산권(IP) 라이센싱 등 수익성이 좋은 기타 매출이 143%증가한 51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MD(판매 법인, JYP360)는 274% 성장한 152억원을 달성했다. 음반은 트와이스와 엔믹스의 컴백으로 약 300만장 판매됐고, 리퍼블릭 레코즈향으로는 120억원이 정산됐다.
YG엔터는 연결 기준(잠정)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8.6% 증가한 1575억원으로 확인됐다. 영업이익은 497.6% 오른 365억원이다. 순이익은 313억원으로 437.5% 늘었다. 블랙핑크, 트레저의 투어 성과로 콘서트, MD, 로열티 매출 등이 크게 증가해 외형성장을 견인했다. 주요 매출인 앨범·DVD 부문의 경우 블랙핑크가 128만6000장, 트레저 33만장 등 162만장이 반영돼 53.3% 증가한 170억원을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하이브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41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25억원으로 41.7% 올랐다. 하이브 실적에서 두드러진 부문은 앨범 판매 실적이다. BTS 지민, 세븐틴의 유닛 부석순(BSS), 뉴진스 등의 복귀로 분기 최대인 911만장의 앨범을 판매했다. 이와 함께 간접 참여형 매출도 17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8% 늘었다.
증권가는 이들 엔터테인먼트 기업 3사의 주가 행보에 대해 ‘우상향’을 전망한다. 지속되는 K-팝 아티스트들의 성장세와 시장 확장이 주목된다는 평가다. 4세대 아이돌 그룹의 세대교체가 성공한 점도 상승 배경으로 꼽는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IP 확대로 수익성 높은 앨범과 음원, 굿즈판매 등 매출 고성장으로 영업이익을 상향시킨 것”이라며 “K-팝 가수들의 인지도 확산과 엔데믹에 따른 콘서트 가격 상승 추세를 고려하면 개런티 상승 등으로 다음 분기도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다”고 진단했다.
특히 JYP엔터는 향후 미국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 ‘A2K’ 프로젝트에 따른 성장세가 주목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존 아티스트들이 추가로 성장하고 신인 그룹들이 흥행하면 시총이 최소 4조원대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며 “A2K 흥행에 따라 기업가치가 1조5000억원 이상 추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흥행 시 시가총액이 6조원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의 ‘엔터주 장밋빛 전망’에도 함께 웃지 못하는 엔터사가 있다. 바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이다. SM은 지난 3월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 이슈에 16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고점 형성 이후 잦은 급락으로 17일 종가 기준 주가는 11만3300원에 머물렀다.
SM의 부진은 역성장한 실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SM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전망치인 211억원을 하회한 것이다. 이익 감소는 경영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한 49억원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1분기 대형 신보 발매가 없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증권가는 SM의 1분기 실적 부진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러나 지속되는 아티스트 활동 지연은 우려를 불러온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갑작스러운 카이의 군입대 소식, 2분기 예정됐던 앨범 발매 일정과 신인 데뷔 지연 등은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다”며 “이번 실적 발표에서 제시한 남은 일정을 모두 연내 소화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달성하기엔 당장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비정상적이었던 3개월 이후 남은 9개월간 엑소, 엔시티, 에스파 앨범 발매 및 3개 신인 데뷔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상반기 예정됐던 대부분의 일정이 하반기로 밀렸다”며 “밀린 덕에 하반기가 역대급이겠다는 기대보다 “하반기에도 밀리면 어떡하지”라는 우려가 더 크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하반기 반등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의견도 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SM의 현 주가는 2023년 추정 지배순이익 기준 PER 22.3배 수준이고, 잦은 음반·원 발매지연으로 동종기업 대비 할인을 받고 있다”며 “북남미 레이블 인수를 통한 미국 익스포져 확대, 카카오와 함께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 활성화로 인한 지연율 감소 등 요인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저평가 요소가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