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급등에도 증권주 주춤…악재 산적에 리스크↑

실적 급등에도 증권주 주춤…악재 산적에 리스크↑

KRX 증권 지수, SG사태 이전 고점 대비 하락…‘횡보 中’
CFD 관련 미수채권 ‘손실’ 악재로 다가와
간접적 피해도 예상돼
부동산 PF 관련 부실도 여전히 ‘우려’

기사승인 2023-05-23 06:00:13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시장 금리 안정화와 국내 주식시장 회복의 영향이다. 그러나 실적 선방에도 불구하고 증권주의 흐름은 횡보하는 모양새다. 이는 차액결제거래(CFD) 여파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이 주된 이유로 해석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KRX증권 지수는 607.71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540.14) 대비로는 12.5% 상승했다. KRX 섹터 지수는 산업군별 대표종목을 구성종목으로 해 산출하는 지수다. KRX 증권 지수의 경우 키움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상장 증권사 13곳으로 구성됐다.

증권주 주가가 올해 초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 이유는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서다. 증권사별 공시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주요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당기순이익은 1조2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211% 늘어난 수치다.

특히 키움증권의 실적이 눈에 띈다. 키움증권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39%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를 53% 웃도는 수준의 호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다. 당기순이익은 102.27% 늘어난 2924억원으로 집계됐다. 교보증권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643억원, 순이익 542억원으로 각각 107%, 113% 증가해 최대 실적 달성에 성공했다.

증권사의 호실적을 견인한 원동력은 수수료수익을 꼽힌다. 국내외 주식시장 회복에 따른 일평균거래대금 증가로 인한 위탁매매수수료수익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해외주식의 경우 거래량 증가에 따른 관련 수수료수익이 늘었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1분기 수탁수수료수익이 142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8.3% 증가했다. 이는 국내 거래대금 증가와 해외주식관련 수수료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수탁수수료수익이 879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22.5% 올랐다. 이 역시 거래대금과 고객예탁금 증가에 기인한다.

시장금리 안정화도 실적 개선의 배경이다. 기업금융(IB)와 자산관리(WM) 부문도 견조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안정화에 따른 증권사의 상품운용관련 수익이 크게 개선됐고, 계절적인 요인으로 분배와 배당금도 증가했다”며 “여기에 더해 자본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기업금융(IB), 자산관리(WM) 부문도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전체적으로 수익 상승 또는 견조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실적 선방에도 불구하고 증권주의 흐름은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KRX 증권 지수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주가폭락 사태 발발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1일 618.16에서 4.8% 감소한 588.32(4월27일)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소폭 상승했으나 4월 고점인 625.52에 비하면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횡보 중이다.

증권가의 1분기 호실적이 2분기까지 이어지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근원지인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손실이다. CFD 투자자들이 손실정산을 회피할 경우 해당 서비스를 제공했던 증권사들이 미수채권을 떠안게 된다. CFD 미수채권은 전액 대손충당금으로 인식된다. 영업 비용에 속하는 대손충당금 설정은 증권사의 순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2분기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단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G증권발 사태로 연관된 증권사들이 감수해야 할 CFD 미수채권 규모는 수백억원대에서 수천억원까지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폭락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은 고소·고발인 66명의 피해 액수를 1350억원으로 추산했다.

간접적인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FD 거래를 제공하지 않는 증권사도 안심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 증권사가 이번 사태로 주가 급락 종목들에 대해 신용융자를 제공했다면 담보가치 급락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업종 전반적으로 CFD발 손실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CFD 신규 가입 중단과 향후 금융위의 CFD 제도 개선 등으로 관련 손익이 위축될 공산도 큰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증권사의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보다 2.2%p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잔액도 4842억원에서 6638억원으로 늘어났다. 고정이하여신은 부실 채권을 뜻한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브릿지론의 본 PF 전환 실패 등 부동산금융의 건전성 저하가 진행돼 작년 하반기부터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요주의이하자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충당금 부담 확대에 따라 수익성과 자본 완충력 저하로 인한 사업 안정성 악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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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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