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쇼크, ‘사용 목적·증자 방식’ 차이점 주목해야 [알기쉬운 경제]

유상증자 쇼크, ‘사용 목적·증자 방식’ 차이점 주목해야 [알기쉬운 경제]

‘알기쉬운 경제’는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전하고자 합니다.

기사승인 2023-06-29 06:00:57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최근  CJ CGV와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주가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투자자들의 탄식이 깊어지고 있죠.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증자와 두 기업 간 차이점을 짚어봐야 합니다.

우선 증자란 말 그대로 기업이 자본금을 늘리는 일입니다. 상장 기업들은 자본확충이나 조달을 위한 방편으로 대게 증자를 사용하죠. 대출과 채권발행이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부채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다가와 쉽사리 시도하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증자의 경우 신주발행을 통한 자기자본을 조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채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이유로 볼 수 있죠.

증자방식은 크게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로 구분됩니다. 먼저 유상증자는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나 신규 주주에게 대금을 받고 파는 형태로 주식 발행액만큼 자본금이 늘어나죠. 하지만 주식 수가 대폭 증가해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의 악재 소식인 셈이죠.

또한 유상증자의 종류로는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주는 주주배정방식과 주식을 공모하는 일반 공모방식, 제3자를 특정해 배정하는 제3자 배정방식이 있습니다.

반면 무상증자는 대가 없이 기존 주주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배분하죠. 구체적으로 신규 자본금의 납입 없이 주식만 증가합니다.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개념으로 보면 되겠죠. 

무상증자 진행은 기업 내부에 잉여금이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신호로 인식돼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죠.

CJ CGV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지난 20일과 23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기업의 경우 유상증자 규모가 매우 높아 투자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죠. 

악화된 투심은 주가 동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J CGV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시점부터 27일 종가 기준으로 34% 떨어졌죠. CJ CGV 주가가 1만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08년 10월 이후 15년 만의 일입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도 8% 하락했죠.

두 기업의 구체적인 유상증자 공시를 살펴보면 주주배정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라는 점이 동일합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다른 점이 보이죠.

CJ CGV는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습니다. 주당 7630원에 신주 7470만주를 발행한다는 계획이죠. 특히 신주는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4772만8537주)보다 1.6배가량 많습니다. 기존 주식보다 신주 비율이 더 높아져 버린 것이죠. 예정발행가도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지기 진전 거래일 종가 1만4500원보다 47%나 낮게 평가됐습니다. 주가가 15년 전으로 회귀한 이유죠.

뿐만 아니라 CJ 자회사인 CJ올리버네트웍스가 4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현물 출자합니다. CJ CGV 재무개선을 위해 총 1조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다고 볼 수 있죠.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규모는 1조1800억원입니다. 발행 신주는 819만주로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9246만5564주)의 8.8% 규모죠. 신주의 예정 발행가격은 14만3800원으로 유상증자 발표 전 종가 18만2600원 대비 21.25% 할인됐습니다. 

신주 규모 외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죠. 바로 조달자금 사용목적입니다. CJ CGV는 5700억원의 조달자금 중 채무상환에 380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은 자금으로는 시설자금에 1000억원, 운영자금으로 900억원이 지출되죠. 자금 중 과반을 넘는 67%가 채무상환인 점은 부정적입니다. 이는 재무 구조 안정화가 목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됨과 동시에 재무 안정성이 취약하다고 추정되는 이유죠.

SK이노베이션도 채무상환에 조달 자금의 30%인 3500억원을 사용하지만, 시설자금과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에 각각 35%(4195억원, 4092억원)를 쓴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죠. 시설자금과 타법인 취득 자금의 경우 중장기적 호재로도 볼 수 있어 채무상환 목적이 비대한 것보다 좋은 평을 받습니다.

증권가에선 이번 유상증자가 단기적 악재라고 평가하면서도 전망은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죠.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자본시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증자였던 만큼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하지만 증자에 따른 신규사업 확대 기대감이 있고, 주식 수 증가율은 한화솔루션이나 롯데케미칼 등 기존의 유상증자 사례보다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회사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SK온 정상화와 SK온·SK이노 간 주식교환 권한 부여, 구주매출을 통한 특별배당, 자사주 소각 등을 검토 중인 만큼 향후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죠. 현재의 주가 하락은 성장통이란 주장입니다. 

결론적으로 유상증자는 악재로 다가왔으나, 증자로 인한 조달 자금의 사용처가 두 기업의 중·장기적 전망을 갈랐습니다. 다만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증권사 입장처럼 단기적 투자보단 관망하는 자세가 옳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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