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인한 지하·기계식 주차장 붕괴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련 논의를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초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보급 목표를 발표하자 현대차를 비롯한 배터리 제조사들도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배터리가 탑재돼야 한다. 이 때 전기차 무게가 증가하는데, 노후화된 기계식·지하 주차장이 전기차 하중을 견딜 가능성을 연구한다거나 안전 관련 대책 마련은 미비하다. 또한 하중 부담이 큰 전기차 타이어는 내연기관차보다 마모 속도가 빨라 환경오염 우려까지 제기된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약 44만대가 보급된 상황이다. 전기차와 배터리가 도로나 교통 시설 부분에 미치는 영향이 이제 막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세부적인 사항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급된 차량 중 승용차 비율이 84%인데, 이 비율이 전기차 보급 비율로 전환되는 시점이 올 것을 대비해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전기차는 기계식 주차장 무게 규제로 이용할 수 없다. 중형 기계식 주차장은 1850kg, 대형 기계식 주차장은 2200kg 이하의 차량만 주차가 허용되는데, 국내 전기차 인기 모델 아이오닉6의 무게가 2055kg, EV6 2160kg에 달한다.
일부 전기차는 대형 기계식 주차장 이용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노후화된 데다 설계 당시 내연기관차를 기준으로 설정한 무게다. 전문가들이 여러 대의 전기차가 노후화된 기계식 주차장이나 지하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붕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기차 특구로 지정된 제주도의 (지난해 12월 기준) 기계식 주차장은 547기로 이 중 10년 이상 노후화된 주차장은 232기다. 도내 정밀안전 검사를 받지 않은 노후 기계식 주차장은 76기로 32.7%가 정밀안전 검사를 받지 않고 주차장을 운행하고 있다. 검사를 받은 156기 중에서도 7기는 안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무게는 내연기관차보다 약 2배 더 무겁다. 지금보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지면 그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건물이 있을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전기차 주행거리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대세에 따라 배터리 팩 무게는 더욱 무거워 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입법 과정에서 안전 규정을 만드는 등 신규 설치되는 주차장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