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증권사가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해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누적 당기순이익 1조 클럽에 입성한 증권사도 나왔다. 높아진 이익 체력을 기반으로 대형 증권사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에 이목이 집중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국대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키움·NH투자증권)의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3조7198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기준 순이익 합산액은 1조2258억원에 달한다.
사별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3분기 누적 기준 1조415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면서 1조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3분기 순이익도 3299억원으로 5대 증권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운용 부문에서 벌어들인 순영업수익이 2882억원으로 전년 동기(493억원) 대비 급증한 점이 주효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사업부문간 시너지 창출과 업계 최고 수준의 경영 효율성, 고도화된 리스크관리로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2위는 7513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한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7조7000억원의 WM부문 리테일 고객자산 순유입을 통해 고객기반 성장에 성공했다. IB부문 실적도 구조화금융과 ECM 중심으로 733억원을 시현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거래대금 감소를 해외주식수수료로 상쇄했고, 고액 자산가를 바탕으로 한 자산관리 이익 성장이 동반된 영향”이라며 “IB 부문에서도 양호한 회복세를 시현하고 있다. 지난해 그밀 변동성이 확대됐음에도 트레이딩 손익은 안정적으로 관리됐다”고 분석했다.
뒤를 이어 키움증권(6886억원), 미래에셋증권(6618억원), NH투자증권(5766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그동안 걸림돌로 작용하던 해외 부동산 시장 관련 손실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이강혁 미래에셋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말 보유 해외부동산 자산은 1조5000억원으로 상업용 부동산에서 약 850억원가량 손실을 인식할 예정"이라며 "향후 추가로 발생할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투·삼성증권 제외 5대 증권사 ‘밸류업 계획’ 공시
앞서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대형사 중심의 개선세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상장사들의 자발적인 밸류업 참여에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올 하반기부터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줄었으나 해외주식 투자자 급증으로 실적 개선세는 이어졌다.
이익 체력이 늘어나면서 주주환원을 중심으로 한 증권사들의 밸류업 공시도 속속 등장했다. 5대 증권사 가운데 밸류업 공시를 진행한 곳은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다. 밸류업 공시는 상장사가 기업 가치를 높여 주주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계획을 설명하는 제도다.
키움증권은 ‘2024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통해 3개년 중기 목표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달성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초대형IB 인가를 추진하고, 연금사업 신규 진출 및 북미·동남아 등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계획을 내놨다.
적극적인 주주환원도 이어가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10월초 469억원 규모의 자사주 35만주를 매입 완료했다. 내년 3월에는 기존 70만주를 포함해 총 105만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별도 수익의 30% 이상을 주주환원에 활용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밸류업은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ROE 10% 이상을 달성하고, 주주환원성향을 35% 이상 제고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사업 부문의 세전이익 5000억원 이상 창출과 함께 2030년까지 자기주식 1억주 이상을 소각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상반기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밸류업 계획 예고공시한 상태다. 구체적인 방안을 포함한 공시예정일은 내달 중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 측은 지난 8월말 안내공시를 통해 “현재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포트폴리오 재편방안을 이사회에 보고했다”며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보다 구체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5대 증권사 가운데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 모회사 한국금융지주와 삼성증권은 아직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지 않았다. 앞서 한국금융지주는 여유 자본을 추가 주주환원책 강화보다 기업 성장과 내실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삼성 금융그룹 측면에서 밸류업 계획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밸류업 공시가 목전으로 다가왔다고 평가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그동안 주주환원책으로 배당성향 35~50%를 언급해 왔다. 빠르면 하반기 밸류업 공시를 진행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한국금융지주는 밸류업 지수에 편입됐으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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