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확장 어려운 ‘K-스낵’…“현지문화 녹아들어야”

해외 확장 어려운 ‘K-스낵’…“현지문화 녹아들어야”

‘한류’ 호조에도 제과업 3분기 하락세…해결방안 찾는 ‘K-스낵’
“현지인이 문화적 배경에 익숙해져야…입맛·유통채널 확장 등도 과제
오리온·크라운해태·롯데웰푸드·농심, 각양각색으로 해외 수출 전략 도모

기사승인 2024-11-21 04:49:35
18일 한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진열된 과자를 고르고 있다. 사진=김건주 기자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 등 한국 문화를 접하는 국가가 많아지며 ‘K-푸드’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K-스낵’은 문화적 장벽에 막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케이푸드 수출 누적액(잠정)은 81억9000만달러에 이른다. 지난해(75억3000만달러) 대비 8.7%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후방산업을 포함한 케이푸드플러스(K-food+) 수출액도 전년(101억1000만달러)보다 5.9% 오르며 107억달러를 달성했다. 과자류 수출액도 6억4000만달러로 17.6%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제과업계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 오리온, 롯데웰푸드,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등 국내 주요 제과업체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1371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웰푸드도 같은 기간 5.7% 줄어든 760억원으로 나타났다. 크라운해태홀딩스는 18.6% 줄었으며 농심은 32.5% 하락했다.

이는 카카오·설탕 등 원재료 가격 증가와 건강식 트렌드 확산, 국내 인구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건강한 소비로 트렌드가 바뀌며 스낵에도 당이 들어가지 않는 ‘제로’ 제품들이 나오는 추세”라며 “가장 큰 원인은 인구감소로 스낵을 사먹는 인구 자체가 줄어든 것과 이에 따른 판촉비 증가 등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과업계 해외 진출…문화적 장벽 해소 필요

제과업계는 이에 대응해 해외 진출 속도를 올리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 스낵류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문화적 장벽 등이 있어 외식·라면보다 한류를 타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루마니아에서 거주하는 김민호 씨(30대)는 “이곳에서 한국 과자는 한국인만 먹는다는 인식이 있다”며 “유럽에서 한국 과자가 비싼 편이기도 하고 주로 과자보다는 빵을 먹는 문화가 있어 (한국 과자의) 인기가 현지인들에게 높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캐나다 동부에 거주하는 이다은 씨(20대)는 “한인마트 등에서는 한국식품을 팔지만 현지마트에서는 라면 외에는 한국식품을 찾기 힘들다”며 북미지역은 디저트·과자의 유행 전환이 빠르다. 특히 한국 과자에 비해 전체적으로 달거나 짠 부분이 있어 다소 싱겁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한 제과업계 관계자도 “한 나라의 디저트나 간식거리 등이 다른 나라에 정착하려면 먼저 문화적 배경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불닭볶음면의 해외 전파나 두바이초콜릿의 수입 과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현지인 입맛에 맞는 상품 개발이나 유통채널 확장 등도 중요하다”며 “스낵류의 해외매출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확대하는 단계 정도”라고 설명했다.

◇오리온·크라운해태·롯데웰푸드·농심, 해외 수출 전략 도모

현재 국내 제과업체들은 각양각색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해외매출이 약 70%인 오리온은 1990년대부터 해외사업을 강화해 현지 문화에 맞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최대한 방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법인별로 현지 시장 내 경쟁력 높은 제품 출시와 함께 성장 채널 확대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며 “꼬북칩이나 초코파이 등은 국내에 없는 현지 플레이버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또 수요가 집중되는 중국과 베트남의 명절을 대비해 채널별 전용 상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크라운해태는 올해 신축한 아산공장을 거점으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올해 가동한 아산 신공장은 중국·동남아 등 해외 수출 통로인 평택항에서 20km 이내 거리로 물류비 절감과 신속한 수출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데이 문화 수출 등으로 해외 매출을 유도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밸류업 발표를 통해 “국내 사업 수익성 개선을 위한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 강화, 고부가가치 헬스&웰니스 제과 브랜드 론칭, 공장 통폐합, 자동화 거점 물류센터 구축 등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에서는 초코파이 카테고리 확대에 따라 창고를 증축하고 생산 라인 신설을 추진하고 호주, 카자흐스탄 등으로 꼬깔콘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심도 해외 매출을 늘리고 있다. 다만 스낵류는 대부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라면을 중심으로 해외 실적을 늘리겠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는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며 “이에 대응해 농심에서는 수요가 높은 라면 위주로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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