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잘 만든 작품은 역시 세월을 타지 않는다. 장르 특성상 작품성을 논하긴 어렵지만, 4년 만에 극장가에 걸려 ‘못생긴 애들 중에 내가 제일 잘생긴 것 같대’라는 노래 가사마냥 B급 코미디 중 최고급 재미를 자랑하는 영화 ‘하이파이브’다.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코믹 액션 활극이다. ‘써니’, ‘과속스캔들’,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의 신작이다.
‘코믹 액션 활극’이라는 소개가 딱 맞다. 시작부터 내달린다. 전개도, 심장을 이식받고 살아난 완서(이재인)도 그렇다. 완서가 초인적인 힘으로 아찔한 경사의 오르막을 질주하는 신은 웃음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초장부터 기선을 제압당한 관객은 잠자코 다음 전개를 따라가게 된다.
이렇게 액션의 중심인 완서를 먼저 보이고선, 변변찮은 초능력자들이 팀 하이파이브로 거듭나는 서사를 끌어갈 이로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을 내세운다. 판타지에도 조예가 깊은 지성은 초능력자가 있다면 빌런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들이 모여야만 하는 이유를 뚝딱 만들어낸다. 그렇게 신장, 각막, 간을 각각 이식받은 선녀(라미란), 기동(유아인), 약선(김희원)이 개연성 있게 합류한다.

여기까지 오면 왜 유아인을 덜어낼 수 없었는지 납득하게 된다. 손가락만 튕기면 전기와 관련된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는 기동은 흐름상 없어선 안 될 인물이다. 초능력을 발휘할 때 시그니처 제스처가 있는 캐릭터도 기동이 유일하다. 세부 설정을 차치하더라도 긴 교차편집으로 완성한 등장 신을 보면, 직관적으로 그의 중요도가 파악된다. 애당초 유효타를 노리고 기동을 만들었다는 인상이다.
또한 지성과 기동의 케미스트리는 극을 견인하는 핵심 요소다. 지성이 말맛이 있는 대사를 툭툭 던져 웃음을 준다면, 이를 리액션으로 받아먹는 이가 기동이다. 인공호흡을 빌린 이들의 키스신은 두 사람의 티키타카가 절정에 이르는 대목이다. 안타깝지만 유아인을 날린다면, 영화 자체가 성립하기 힘든 이유다.
불편한 구석 없이 은근슬쩍 웃기는데 리듬감까지 갖춘 대사들도 일품이지만, 촌스러운 척하는 고급 액션 시퀀스 역시 ‘하이파이브’만의 매력이다. 특히 야쿠르트 카트 추격전은 예술이다. 기동은 추격 차량의 내비게이션 오작동을 유도하는데, 이때 ‘네버 고너 기브 유 업’(Never Gonna Give You Up)을 부르는 영국 가수 릭 애슬리가 화면을 점령한다. 그리고 이 노래는 자연스레 추격전의 배경음악이 된다. 밈(Meme)을 아는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고, 모르는 관객에게는 그저 생경한, 이 조합이 주는 재미는 상당하다.
팬데믹에 이어 주연 배우의 마약 논란까지, 잇따른 악재로 4년 만에 빛을 본 창고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오히려 적기에 공개됐다는 느낌이다. 오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9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