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직 해병 사건으로 특검 수사선상에 오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내 혐의부터 따져달라”며 특검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그는 “증거가 없다면 수사에서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특검은 조율되지 않은 방문이라며 면담을 거부했다.
임 전 사단장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상과실치사상 여부가 채상병 사건에서 가장 먼저 다뤄져야 할 쟁점”이라며 “이 혐의가 인정된다면 먼저 기소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구명로비 의혹이나 수사외압 의혹 등은 그 이후 문제”라고 강조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023년 7월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채상병에게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없이 수색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시해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 초동 조사에서는 혐의자로 적시됐으나, 대통령실 회의 이후 혐의자 명단에서 빠지며 논란이 일었다.
그는 “제가 수중수색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언론을 통해 사실인 양 퍼지고 있다”며 “만약 그런 지시를 받았다는 장병이 있다면 찾아서 확인하고, 저를 기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그런 증거가 없다면, 이젠 수사절차에서 저를 빼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건물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20여 분 뒤 수사관이 내려와 요청서만 수령해 갔다.
현장을 찾은 해병대 예비역들의 거센 항의가 펼쳐지기도 했다. 그들은 임 전 사단장을 향해 “해병대 명예를 지켜라”, “후배들 보기 창피하지 않냐”는 구호를 외쳤으며, 임 전 사단장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임 전 사단장의 ‘기습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예고 없이 특검 사무실을 찾았다가 면담이 불발된 적이 있다. 당시 특검은 수사가 개시되기 전이고 사전 조율도 없었다는 이유로 접견을 거부했다.
한편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수사는 크게 진척되지 않았다”며 “조사가 필요한 인물들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