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군복무 기권패’…중국 없는 LG배 8강 이슈 톺아보기 [바둑]  

사상 초유 ‘군복무 기권패’…중국 없는 LG배 8강 이슈 톺아보기 [바둑]  

LG배 8강 개막…시작도 하기 전에 대만 쉬하오훙 8강 진출
한국기원, 병무청 등에 협조 공문 보냈지만 결국 출전 무산
중국 없는 최초의 LG배, 2026년 1월 결승 3번기로 우승자 가려

기사승인 2025-07-29 15:16:46 업데이트 2025-07-29 16:25:15
제30회 LG배 8강 진출자.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른바 ‘사석룰’로 촉발된 ‘커제 사태’ 이후 중국이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LG배 8강전이 다가오고 있다. 중국이 불참했음에도 한국기원은 LG배가 ‘메이저 세계대회’라는 입장을 견지한 가운데, 사상 초유의 ‘군복무 기권패’가 등장했다.

제30회 LG배가 오는 8월4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8강을 속행한다. 한국 출전 선수 중 한 명인 설현준 9단이 이번 대국을 앞두고 병역의무 이행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상대 대국자인 대만 쉬하오훙 9단은 메이저 세계대회 8강 최초의 ‘군복무 기권승’으로 가장 먼저 4강에 올랐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기원이 설현준 9단의 출전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10일 자대 배치를 받은 설현준 9단의 LG배 출전을 위해 병무청 등 여러 관계 기관에 공문을 보내고, 설 9단과 협의를 통해 상금 기부 의사 등을 밝혔음에도 아쉽게 출전이 불발됐다”고 말했다.

과거 조한승 9단은 27사단 ‘이기자부대’에서 현역병 복무를 하던 중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종목에 출전해 한국 우승에 힘을 보태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조기 전역한 바 있다. 당시 조 9단은 전역 후 GS칼텍스배 준우승 상금 1200만원 전액을 부대에 기부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군복무 기권패는 메이저 세계대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국내 프로 기전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LG배에서는 똑같은 8강에서 기권패가 한 번 나온 적 있었는데, 제17회 LG배 8강에서 중국 롄샤오 9단(당시 4단, 18세)이 최철한 9단과 대국을 포기한 사건이다. 롄샤오는 당시 폐질환을 앓고 있어 큰 수술을 앞둔 상황이었다. 일상 생활에서도 호흡에 어려움을 느끼는 심각한 상황 탓에 당시 롄샤오가 항공편으로 이동해야 하는 LG배 8강전 출전이 무리라고 판단해 기권했다.

대만 쉬하오훙 9단은 지난 6월 입대해 현재 군 복무 중인 설현준 9단에게 ‘기권승’을 거두고 LG배 첫 4강에 올랐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편 지난 5월 열린 16강전에서는 국내 랭킹 2위 박정환 9단이 1위 신진서 9단에게 17연패 사슬을 끊고 승리해 화제를 모았다. 커제와 ‘사석룰’ 해프닝을 빚은 디펜딩챔피언 변상일 9단을 비롯해 강동윤·신민준·안국현 9단 등이 8강에 올라 우승 도전을 이어간다.

일본은 이치리키 료 9단이 김범서 6단 돌풍을 잠재우며 8강에 진출했고, 대만 쉬하오훙 9단은 스미레 4단을 꺾고 LG배 첫 8강에 오른 데 이어, 설현준 9단에게 기권승하며 이 대회 첫 준결승 진출까지 이뤘다.

남은 세 판의 8강 대진은 박정환-변상일, 강동윤-신민준, 안국현-이치리키 료 맞대결로 펼쳐진다. 쉬하오훙 9단이 4강에 먼저 선착한 가운데 한·한전 2판, 한·일전 1판이 열린다.

8강전이 벌어지는 8월4일에는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신관에서 바둑 팬을 위한 공개해설이 함께 진행된다. 대국 종료 후에는 4강 진출자 소개와 대진 추첨식, 기념촬영 등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4강전은 하루 휴식 후 8월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서른 번째 우승자를 가릴 결승 3번기는 2026년 1월19일과 21~22일에 속행한다. 제30회 LG배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40초 초읽기 5회로 진행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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