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폭풍전야 같은 위기 속 ‘무풍지대’

현대차, 폭풍전야 같은 위기 속 ‘무풍지대’

기사승인 2009-01-27 20: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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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지난 20일 오후 5시 울산광역시 현대자동차 정문은 퇴근길을 재촉하는 노동자들로 붐볐다. 불과 3∼4개월 전만 해도 대부분 잔업을 하느라 오후 7시가 넘어야 퇴근했었다. 해가 떠 있을 때 퇴근하다 보니 저녁식사와 함께 소주 한잔 하고 가는 근로자도 거의 없다. 현대차 정문 맞은편 양정동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신순미씨는 "4000원짜리 국밥값도 아끼는지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면서 "종업원 월급만 겨우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 정규직과 사내하청(사내협력업체) 근로자, 현대차와 납품업체,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가 각각 체감하는 불황의 온도는 크게 달라 보였다.

회사측과 노조 지부에 따르면 현대차 생산직 정규 근로자들은 최근 잔업 축소로 총급여가 15∼30% 줄었지만 최근 연말 성과금 100%, 연월차수당, 설연휴 귀향비 등이 잇달아 지급됐기 때문에 그다지 큰 타격은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관리직이나 정규직 근로자들이 자주 찾는 한 횟집 주인은 "연말에 매출이 크게 줄었으나 올 들어서는 승진 인사 등에 따른 회식 손님이 늘어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지난 가을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른 '주간 2교대 근무제' 시행을 회사측이 미루고 있다며 지난 19일 쟁의 발생을 결의한 데 이어 설 연휴 이후 파업 찬반투표 돌입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의 이런 결정은 회사 안팎은 물론 노조 안에서도 즉각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차지부 현장조직들의 홈페이지에는 "이번엔 정말 실수하는 거다" "명절을 앞두고 갑자기 파업 결의라니… 전국에 있는 노동자들의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안 들리시나요" 같은 비판 글이 올라왔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 근로자 6500여명은 한파를 더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이들중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소속 노조원은 600여명에 불과하다. 현대 사내 협력업체인 Y산업 김영만(가명) 대표는 "최근 들어 고용조정 우선순위에 있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용안정을 위해 노조(비정규직지회)에 가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바깥 바람이 이토록 차고 매서운데 현대차 내부에 있는 정규직들은 그런 것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금속노조가 올들어 일자리 나누기를 선언했지만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은 "지금 물량이 줄어 잔업과 특근수당을 못 받고 있는데 나눌 일자리가 어디 있느냐"는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반면 사내하청 근로자와 비정규직은 큰 폭의 임금조정을 감내하더라도 일자리만이라도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아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회가 주간 2교대제 즉각 시행에 집착하는 까닭은 그것이 심야근무를 없애 조합원들의 악화된 건강을 증진시키겠다는 표면적 이유 외에도 현재의 시급제를 대체하는 월급제 도입을 통해 경기 악화와 무관하게 실질임금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현대차 지부 조창민 사무국장은 "조합원들의 건강검진 유병률은 심야근무를 하지 않는 비슷한 조건의 다른 노동자들보다 30%나 높다"고 말했다. 또한 "월급제로 가면 작업 물량이 추가로 줄어도 실질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단체협약상 사용자측은 8시간분의 생산물량과 임금수준을 보장하도록 노력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지만 의무조항은 아니다. 울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전문기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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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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