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간판정비담당 공무원들은 토월로 상가건물에 어지럽게 걸려있던 간판 400여개를 정리하면서 17개월동안 점포주들과 연일 ‘고성이 오가는 심한 전쟁’을 치렀다. 이들은 험한 소리 들어가며 2007년 여름부터 건물 16채, 187개 업소에 걸린 간판 422개를 모두 철거하고 294개의 현대식 간판으로 바꿔놓았다.
간판은 글씨가 크지 않았지만 주목도를 높였고, 업종별 픽토그램으로 통일성을 기했다. 또 3층 이상의 불법 간판은 밑으로 내렸고, 특정구역으로 고시된 곳만 최고 5층이하로 해주었다. ‘공공성+편의성+예술성’이라는 새로운 도시 계획간판이 재탄생한 셈이다.
박완수 시장이 ‘간판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2007년 7월 10일.
계획도시로 교육·문화·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주목을 받는 창원시에 ‘무계획·무질서’의 극치를 보이는 도시 간판에 대한 정리작업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토월로가 간판디자인 시범거리로 결정된 후 주민협의회를 구성, 설명회를 열고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는 등 담당 직원들의 밤낮 없는 설득작전이 시작됐다.
그러나 곧장 동의해준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심지어 “간판을 바꿔 놓고 보니 맘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뜯어내는 곳이 속출했다. 여기에 시의원들조차 “개인 상업시설의 간판을 바꾸는데 왜 시 예산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반발도 적잖았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단계 준공을 마친 토월로는 ‘창원 상가의 얼굴’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차츰 상인과 오가는 행인, 시민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토월로가 간판에 이어 보도 개선, 버스 정류장 및 가로시설물 재설치 등 가로경관사업까지 마무리돼 깨끗해지자, 다른 지역에서도 ‘우리 지역은 언제 간판 바꿔주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시는 올해 용호상업지역 빌딩 9채, 153개 업소의 308개 간판을
대상으로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에 또 도전할 계획이다.
박완수 시장은 “거리의 간판은 도시의 얼굴이자 품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행정력이 많이 소요되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비해 상인과 방문객 모두가 만족하는 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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