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부산 갈매기가 사라졌다?’
대한민국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 선착하면서 야구팬들뿐 아니라 전 국민이 기뻐하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고 있는 롯데팬들은 공황에 빠졌다. ‘민한신’ 손민한(34)이 22일(이하 한국시간)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까지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민한 실종=손민한은 현재 한국 야구대표팀에서 유일하게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WBC 1라운드 아시아 지역예선과 16일부터 열린 2라운드 본선에서도 그의 투구는 볼 수가 없었다.
손민한이 미국 본선무대로 건너와 유일하게 등판한 경기는 12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연습 경기다. 당시 손민한은 0.2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와이 전지훈련 때부터 난조를 보인 컨디션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일본과 멕시코, 베네수엘라와 매 경기 치열한 승부를 펼친 야구 대표팀은 무작정 손민한 카드를 꺼내들 수 없었다. 팀이 크게 앞서고 있더라도 상대팀에게 추격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고, 관록의 베테랑 피쳐를 패전 처리로 쓸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정상이 아닌 몸 상태가 야구 대표팀 주장 손민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실적으로 손민한은 24일로 예정되어 있는 WBC 결승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확률이 높다. 미국과 일본의 준결승전 승자와 우승을 놓고 혈전을 치뤄야 하는 야구 대표팀 입장에선 컨디션 난조에 빠진 선수를 기용할 여유가 없다.
그나마 손민한이 등판할 수 있는 찬스는 한국이 결승전에서 크게 점수를 리드하고 있을 때다. 타선이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 때처럼 초반에 대량 득점에 성공한다면 손민한이 결승전 마운드를 밟을 수도 있다.
비록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소속팀 한화 이글스에서도 유난히 노장에 대한 대우를 갖추고 있는 김인식 감독인 것을 감안하면 마지막 우승의 순간을 손민한에게 선물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손민한이 야구 대표팀의 주장이자, 마운드의 최고참로 정신적으로 후배들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손민한을 찾아주세요=야구 팬들은 손민한의 부재를 재치 있는 문구로 지적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손민한 모 피시방에서 발견’, ‘손민한 소말리아 해적에게 억류중’, ‘잠에서 깨보니 전부 미국에 있더라. 난 아직 도쿄돔에…’ 등의 유머를 만들기도 하고, ‘4월 4일까진 돌아와야 합니다’, ‘건강이 최고’라며 애교섞인 독려도 하고 있다. 손민한은 베네수엘라 격파에 혁혁한 공을 세운 윤석민을 제치고 한 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도 올랐다.
손민한의 소속팀인 롯데 팬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손민한을 비하하지 말라’, ‘컨디션이 안 좋으면 쉬는게 맞다’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진짜 안 나오나’, ‘그래도 손민한을 응원합니다’란 격려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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