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쉬지 않는다…포스트 엔고 대비해야

일본은 쉬지 않는다…포스트 엔고 대비해야

기사승인 2009-03-24 18:09:01
[쿠키 경제] 전 세계적 수요 위축과 엔화 강세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일본 제조업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동안 엔고로 반사이익을 누려온 국내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등한시하면 머지 않아 환율 효과가 사라질 때 일본 경쟁사에 다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결산에서 일본 제조업 매출이 전년 대비 10% 줄고 당기순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24일 전했다. 전년도 12조6000억엔 흑자에서 1조8420억엔 적자로 돌아선다는 예상이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전기, 자동차, 기계 등 일본의 주력 수출업종이 수요 급감과 엔고로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수출업계는 손실을 감수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장 교체, 인력 감축, 임금 삭감, 사업통폐합 등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도요타, 혼다, 닛산, 도시바는 60대 관리형 CEO를 물러나게 하고 50대 CEO를 내정했다. 불황 돌파를 위해 ‘젊은 피’를 전면에 내세운 것.

또 NEC 2만명, 소니 1만6000명, 파나소닉 1만5000명, 도요타 6000명 등 해고 행렬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요 업체들은 기본급을 동결하고 상여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임금 삭감을 결정했다.

사업구조 개선 작업도 활발하다. 도시바는 돈이 되는 중전기 부문에 집중하는 대신 실적이 부진한 반도체와 디지털기기 부문은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소니는 적자 사업인 LCD TV 분야 수술에 나서고 있고 전기부품업체 OKI는 자동차기기와 TV 사업을 떼어내 몸집을 줄일 예정이다.

자본금 10억엔 이상 일본 기업(430개사)의 내부유보금이 229조엔(2007년 기준)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구조조정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 제조업계가 방만해진 인력·사업구조 등 지난 10년간 붙은 군살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제거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보고서에서 “일본 기업의 경영난이 상반기(9월)까지 지속되겠지만 엔고에 대한 대응력은 빠른 시일 내 확보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일본 전자, 자동차 업계가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체질 개선을 이뤄낸다면 그들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 입장에선 매우 위협적이다.

연구소는 국내 기업의 엔고 반사이익도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엔화의 나홀로 강세 흐름은 일단락돼 앞으로 완만하게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엔고가 해소되면 상당수 일본 기업이 자연스럽게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현재의 환율 효과에 안주하지 말고 ‘포스트 엔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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