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예능 빅뱅 ‘대망’ VS ‘남자의 자격’ 둘 중 하나는 죽는다

주말 예능 빅뱅 ‘대망’ VS ‘남자의 자격’ 둘 중 하나는 죽는다

기사승인 2009-03-30 17:19:03

[쿠키 연예] “MBC의 완패다. ‘대망’은 정말 크게 망했고, ‘남자의 자격’은 예능 자격을 갖췄다”

29일 정면으로 맞붙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 코너 ‘대망’과 KBS ‘해피 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이하 남자의 자격)’ 첫 회를 지켜본 방송가 한 관계자의 말이다.

MBC와 KBS는 올해 봄 개편을 통해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을 감행했다. MBC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를 독립 편성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KBS는 ‘해피 선데이’의 ‘불후의 명곡’을 전격 폐지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해피 선데이’는 각각 MBC와 KBS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간판 버라이어티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김용만, 탁재훈, 김구라, 이혁재, 신정환, 윤손하를 내세운 ‘대망’을 선보였다. 집단 MC 체제를 통해 반전을 꾀해보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맞서는 ‘해피 선데이’는 MBC에 친정을 두고 있는 이경규와 김국진을 내세운 ‘남자의 자격’을 꺼내 들었다.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가 압도적인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망’과 ‘남자의 자격’ 두 프로그램 중 하나는 죽을 수밖에 없다. ‘패밀리가 떴다’도 따라잡아야 하지만, 경쟁 프로그램을 물리치고 2위로 안정적으로 진입하는 것이 급선무다. 방송 초기 한 달 동안 시청률이 중요한 이유는 그래서다.

‘대망’과 ‘남자의 자격’은 공교롭게도 29일 새 코너를 시작하면서 부딪혔다. 시청률은 ‘남자의 자격’의 완승이다. 김태원의 리마인드 결혼식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평 일색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해피 선데이’는 전국 평균 시청률 16.0%를 기록했다. ‘남자의 자격’은 독립 편성되지 않아 정확한 분당 시청률을 알 순 없지만, 대략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대망’은 4.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열심히 산을 타고, 레크레이션을 했지만 첫 방송부터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방송가에선 예전에 비해 프로그램 런칭 기간을 극단적으로 짧게 주고 있다. 한 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꾸준한 런칭 기간을 거쳐 예능 프로그램의 역사를 쓰고 있는 ‘무한도전’과 같은 예는 지금 상황에선 나올 수가 없다. ‘대망’ 제작진의 조바심이 극에 달할 수 있는 이유다.

△시작은 분명 미천했다=‘대망’ 첫 방송은 소위 방송가의 예능 프로그램 오타쿠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했다.

지상파 방송사 한 관계자는 “1시간 동안 웃음 코드를 기다렸지만, 끝내 나오지 않았다”며 “도대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외주 제작사 관계자 또한 “최근 부진하긴 하지만, 김용만과 탁재훈은 정상급 MC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에 김구라와 신정환이란 예능 블루칩이 가세했다”며 “그런데 재미가 없다. 적어도 1회는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대망’ 첫 방송은 난해하기 짝이 없었다. 성공을 꿈꾸는 예능 MC들이 대박 코너를 꾀하는 신입 PD가 제시한 과제를 해결한다는 콘셉트는 독특함을 넘어 괴이함이 느껴졌다. 전적으로 MC들의 애드리브에 의지하면서 PD가 나레이션으로 추임새를 넣는 기법은 국내 예능 프로그램의 모태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구성이다.

아무리 김구라와 신정환이 요즘 최고의 애드리브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애드리브는 엄연히 받아주는 상대가 있어야 살아나는 웃음 코드다.

김용만과 탁재훈은 초대손님 입장에서 MC의 코멘트를 받아친 경험이 드물다. 그동안 MC의 입장에서 진행을 하는 것이 익숙한 패턴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혁재도 한 방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윤손하는 국내에선 예능 초보다.

잘 나가는 MC들이 겉도는 것도 문제지만, ‘대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부 구성에 있다. 유세윤이 맡은 나레이션은 부정확한 발음도 문제지만, 너무 시도 때도 없이 나와 산만하기 그지 없다. 시청자에게 나레이션을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등장한 자막은 글씨도 작을 뿐더러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프로그램 상황 설정 파악도 힘겨운 상황에서 나레이션과 자막까지 홍수처럼 쏟아진다면 ‘대망’은 중장년층 시청자를 도저히 불러 모을 수가 없다. 시청자 입장에서 낯선 새 예능 프로그램을 판단하는 기준은 얼마나 프로그램 콘셉트가 쉽게 이해되는가와 웃음이 예상된 곳에서 터지는지 여부다.

적어도 ‘대망’의 첫 방송은 아무리 흐름을 따라가려고 노력해도 프로그램 콘셉트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오히려 억지 웃음 코드가 가득한 깨알 같은 끌씨의 자막 홍수로 다가왔다. PD의 나레이션은 MC들의 코멘트에 마치 인터넷의 댓글처럼
실시간으로 반응했지만, 프로그램 집중도를 해치는 원인이 됐다.

그렇다면 ‘대망’은 대체 어떻게 진행될까. 현재 ‘대망’을 막후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MBC 예능국의 ‘미다스의 손’ 여운혁 책임 프로듀서다. 무언가 특별한 이유를 가지지 않고선 이렇게 난해한 포맷의 새 코너를 선보일 리가 없다.

방송가 관계자는 두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대망’ 전에 기획된 코너가 있지 않았나. 원래 기획한 것은 맛의 장인을 찾는 ‘맞장’이란 코너로 알고 있다”며 “리얼을 극도로 강조하는 차원에서 ‘대망’이 망하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맞장’을 새로 런칭하며 예능 프로그램의 정말 리얼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망’이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의 정말 끝을 향해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또 한 가지의 가설은 ‘무한도전’식의 인내심 전략이다. ‘무한도전’이 ‘퀴즈로 말해요-아하’를 통해 자극적인 말장난을 선보이며 마니아 팬들을 만들고, 다양한 설정을 통해 자리잡은 것처럼 ‘대망’도 충분히 시간을 주고 하나의 콘셉트를 시청자에게 인지시킨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망’이 향후 선보이는 아이템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어야 한다.

여하간 ‘대망’의 시작은 미미했다. 김용만은 전성기를 지난 모습이 완연했고, 탁재훈은 위기란 말이 실감될 정도로 갈팡질팡했다. 김구라와 신정환이 특유의 애드리브를 선보이긴 했지만,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 비하면 미미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이혁재와 윤손하는 실종된 예능감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MBC가 자사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아무 콘셉트도 없는 코너를 런칭시켰을 가능성은 적다. 시작이 미천한 ‘대망’의 끝이 창대할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

△이경규+김국진 시너지 효과 나나=‘남자의 자격’은 첫 방송부터 코너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하게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란 부제는 흡사 ‘무한도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도전 의식을 강조했고, 소설가 이외수의 등장은 ‘남자의 자격’이 공익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그동안 KBS가 공영방송을 강조하며 꾸준히 내세운 포맷으로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남자의 자격’은 충실한 안전장치를 뒀다. 6명의 남자 콘셉트는 ‘무한도전’과 ‘1박 2일’에서 부분적으로 차용했고,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생소한 이정진과 김성민으로 주위를 환기했다. 이경규와 김국진, 이윤석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등장이지만, 이정진과 김성민, 김태원은 상당히 흥미로운 조합이다. 일단 시청자 눈길을 끌 수 있는 촉매제다.

프로그램 내부 포맷은 영화배우 최민수와 김제동이 진행한 과거 ‘품행제로’ 방식을 부분적으로 옮겼다. 소위 ‘바르게 살자’는 콘셉트를 따온 셈이다. 그러면서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가 ‘대단한 도전’과 ‘라인업’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는 지극히 남성적인 감성의 개그 코드가 가미됐다.

‘남자의 자격’ 첫 방송은 김태원의 리마인드 웨딩으로 이뤄졌다. ‘무한도전’식의 도전 과제를 ‘패밀리가 떴다’식으로 풀어냈고, ‘1박 2일’과 유사한 감동을 줬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남자의 자격’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뭔가 끈끈한 정을 첫 방송부터 보여줬다”며 “그동안 이경규가 하던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김국진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두 사람이 건실한 축으로 자리 잡고, 남성 시청자들이 동감할 만한 색다른 미션 과제가 주어진다면 의외로 다양한 시청자들이 결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소 마초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만 빼면, 남성적인 개그 코드로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콘셉트는 매우 성공 확률이 높은 편이다. 이는 이미 ‘무한도전’과 ‘1박 2일’의 시청률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여성 시청자가 마치 남자친구와 아들을 바라보듯이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남성 시청자들의 주목도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이경규와 김국진이 1990년대 그야말로 예능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인 것을 감안하면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인지도를 함께 누릴 수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힘이 대단한 것은 10대와 20대는 물론, 중장년층을 넓게 아우를 수 있는 넓은 포지션에 있다.


그동안 이경규는 일본 유학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남성적인 개그 코드에 매달렸다. 소위 호통 개그와 미션에 도전하는 형식의 포맷을 가장 먼저 개발한 것도 그다.

문제는 이경규가 그간 호흡을 맞춰온 파트너가 이경규의 장점을 전혀 살려주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김구라를 비롯한 소위 ‘규라인’은 이경규와 특성이 상호 충돌하는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없던 것이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 첫 방송은 이경규의 완충제를 내세웠다. 바로 김국진이다. 김국진은 자신의 가정사와 관련된 문제를 제외하곤, 이경규의 특성을 잘 흡수하면서 응용했다. 방송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김국진은 ‘남자의 자격’의 보이지 않는 또 한 명의 리더다.

‘남자의 자격’은 그동안 지겹던 포맷 중 하나였던 이경규 중심의 수직 구조도 어느 정도 해소했다.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멘토로 소설가를 이외수를 등장시켜 이경규가 부분 집합으로 삽입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경규와 김국진이 프로그램 안에서 보다 자유롭게 놓일 수 있고, 남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무릎팍도사’ 이미지를 이외수에 덧씌웠다.

다만, 첫 방송에서 지적할 ‘남자의 자격’의 문제는 빠른 진행은 좋지만, 출연자의 코멘트가 너무 여러번 반복된다는 점이다. 코멘트를 강조하기 위한 방법인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높은 긴장감이 유발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2∼3번 이상의 동음 반복은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망가뜨릴 수 있다.

△둘 중 하나는 죽는다=어쩔 수가 없다. ‘대망’과 ‘남자의 자격’ 둘 중 하나는 ‘패밀리가 떴다’와 겨뤄보지도 못하고 죽는다. ‘대망’의 김용만과 탁재훈, ‘남자의 자격’의 이경규도 비슷한 운명이다. 살아남지 못하는 사람은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의 변두리로 몰릴 수 밖에 없다.

첫 방송부터 실험적인 시도로 중무장한 ‘대망’,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겠다는 ‘남자의 자격’, 두 프로그램 중 누가 살아남을지 방송가의 눈이 쏠리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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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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