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불황!” 글로벌 IT업계 M&A ‘빅뱅’

“반갑다 불황!” 글로벌 IT업계 M&A ‘빅뱅’

기사승인 2009-03-30 18:00:02

[쿠키 경제]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인수·합병(M&A) 빅뱅이 시작됐다. IBM, 오라클, 시스코, 델,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현금을 많이 가진 대기업이 불황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진 업체를 사들여 몸집과 경쟁력을 키우는 형국이다. 관련 업계는 소수 거대 기업의 경쟁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서버 시장 1위인 미국 IBM이 4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미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30일 전했다. 인수 금액은 65억달러(9조35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성사된다면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때 HP가 컴팩을 190억달러에 사들인 이후 하드웨어 업계의 최대 빅딜이다.

썬은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75%나 빠지는 등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IBM은 시장 지배력과 소프트웨어 기술력 확충을 위해 썬을 노리고 있다. 서버 시장의 31.4%를 차지한 IBM이 썬(10.6%)과 합치면 점유율 42%로 2위 HP(29.5%)를 멀찌감치 따돌리게 된다. 또 썬이 기술을 많이 보유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도 앞서 갈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PC 대신 인터넷상에 자료를 저장해 어디서나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MS, 구글, 오라클 등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IBM의 움직임은 MS에게도 큰 위협이다. IBM과 썬의 서버는 MS 윈도가 아닌 유닉스 기반 운영체제를 사용하며 리눅스 시스템을 지지, MS의 대척점에 있기 때문이다.

서버 3위 델도 기업 사냥에 나섰다.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델 회장은 지난 26일 “서버 업체 인수를 검토 중이며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이용을 위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공급 업체도 인수 대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델의 이 같은 움직임은 IBM의 썬 인수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시스코의 서버 시장 진출에 맞서 경쟁력을 키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서버 시장 진출을 선언한 시스코는 지난 20일 캠코더 제조업체 퓨어디지털을 5억9000만달러에 샀다. 295억달러에 달하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홈엔터테인먼트 가전 분야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

소프트웨어 강자 오라클도 지난 2년간 50여개 중소 업체를 사들인 데 머물지 않고 있다. 최근엔 중견 소프트웨어 기업 레드햇과 버추얼아이언을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퍼졌다.

불황 속에서 강자가 공격적으로 약자를 흡수, 덩치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난 때문에 인수될 위기에 처한 IT기업은 썬 외에도 많다. 신용 평가기관 무디스는 위험 기업군에 인텔의 라이벌 AMD와 모바일 컴퓨팅회사 팜, 데이터 저장업체 퀀텀을 포함시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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