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환경영향평가 파행” 증언 잇따라

“경인운하 환경영향평가 파행” 증언 잇따라

기사승인 2009-04-05 20:05:01


[쿠키 사회]
환경부가 경인운하 주운수로 건설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구성한 검토협의회가 짧은 기간안에 파행으로 운영됐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검토협의회의 한 위원은 "(환경영향평가) 협의완료 시한이 제시됐다"고 말해 환경부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착공일정에 맞춰 졸속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본보가 지난 3일과 4일에 걸쳐 검토협의회 위원 8명 가운데 7명과 전화인터뷰를 한 결과 대학교수 2명과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1명이 시간이 촉박해서 영향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원 1명은 전화 인터뷰를 거부했다. 검토협의회는 환경부가 의뢰한 교수 3명과 두 개의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위원 또는 책임연구원 3명 및 주민대표와 환경단체 대표로 구성됐다. 위원들은 또한 경인운하사업을 4가지로 분할해 주운수로만 따로 떼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것은 "서로 연결돼 있는 전체를 볼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등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스스로 훼손하는 환경부=사업시행자인 한국수자원공사가 1월초 발주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나온 것은 1월22일이고, 초안에 대한 환경부 검토 의견은 한 달만인 2월23일에 나왔다. 수공은 이어 11일만인 지난 3월5일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환경부에 넘겼고, 환경부는 19일만인 24일 협의를 완료했다. 검토협의회는 현지조사를 겸한 회의를 2월2일 실시해 초안 검토범위 등을 정했고, 본안에 대해서는 3월 10일, 16일, 20일 등 3차례 회의를 가졌다. C교수는 "162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방학도 아닌 학기중 단 5일만에 읽어 오라고 해서 너무 촉박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의 간격도 일주일이 채 안 될 정도여서 검토협의회 위원들의 빈 시간을 모두 맞추기 어려웠고, 수업이 있는 교수는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국책연구기관의 A박사는 "충실한 검토가 불가능할 정도로 촉박한 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질변화 시뮬레이션 자료를 모델에 대입해서 나온 결과는 검증절차가 필요하므로 실측자료가 더 있어야 했지만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교수는 "제대로 하자면 (환경영향평가회사)담당 실무자가 죽어나는 상황이었다"면서 "결국 현장조사 자료가 추가된 것이 없었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의 완료)마감 날짜가 제시된 상태에서 이런 짧은 기간에는 (현장조사는 커녕) 자료 분석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B교수는 담당 분야에서 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일부 분야는 현장조사 등을 위한 검토기간이 짧았을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검토협의회의 편파적 구성=지역대표 자격으로 검토협의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경인운하지역협의회 박한욱 위원장은 굴포천 방수로공사로 자신이 보유한 땅이 수용돼 보상금을 받은 주민이다. 지역사정에 밝은 한 환경운동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80년대부터 운하 찬성운동을 펼쳐온 인사로서. 그는 이번 검토협의회 회의에서 "운하를 만들겠다고 한 정부가 당초의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추천에 따라 환경단체 대표로 참여한 서구환경정화협의회의 김갑석 회장은 "서구에 있는 환경단체 20여개는 대부분 경인운하에 찬성이라는 여론을 전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경인운하 공청회에 참석한 적은 없지만, 반대의견도 좀 있다고 들었다"면서 "반대하는 주민들의 경우 왜 반대하는지 논의가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인운하백지화 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측은 "운하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사람이 최소한 한 명은 들어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지태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은 주로 경제적 타당성때문이고 검토협의회는 환경 각부문에 대한 전문적 검토를 위한 것이어서 비전문가 위원 선정의 중립성은 크게 배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2002년과 2004년에 이미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던 만큼 이번 환경영향평가가 시간적으로 충분하다기보다는 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경인운하의 전단계인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마무리돼 가는 지금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현실은 2004년의 환경영향평가와 그것의 사후영향평가를 바탕으로 한 이번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
임항 기자
hnglim@kmib.co.kr
임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