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은퇴한 대기업 총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기업 경영에선 손을 뗐지만 다른 분야에서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대외활보형 회장님이 있는가 하면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고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칩거형도 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82세의 고령임에도 사회 활동에 분주하다. 지난달 24일 자신의 아호를 딴 포스코 청암재단의 청암상 시상식에 직접 나와 상의 의미를 설명했다. 국무총리를 지냈던 박 명예회장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원로회의’ 경제분야 위원으로도 위촉돼 지난달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회의에 참석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오랜 공백을 깨고 지난달 20일 그룹 42주년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 들어 2∼3차례 해외 방문길에 오르고 외부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년쯤 후에는 대우그룹 명예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2005년 안철수연구소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안철수씨는 3년 간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해 귀국,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일하면서 ‘벤처 살리기’에 열심이다. 지난 2일엔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와 함께 ‘안철수의 좋은 MBA’ 과정을 개설했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과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취미몰두형’이다. 지난 1일 88세 생일을 맞은 이 명예회장은 2일부터 자신이 그린 풍경화 88점을 전시하는 미수전(米壽展)을 열었다. 1992년 고희전, 2001년 팔순전에 이은 세번째 개인전이다. 1970년대 그림에 입문한 이 명예회장은 96년 아들인 이웅열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뒤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구 명예회장은 충남 천안연암대학 인근 농장에서 된장, 청국장 등 전통식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분재와 버섯 재배도 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여의도 LG트윈타워로 출근해 LG복지재단, LG연암문화재단, LG연암학원 등 자신이 맡은 공익재단 업무를 챙긴다.
반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김석원 전 쌍용 회장,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임대홍 전 대상 회장 등은 외부 활동을 삼가고 ‘은둔’ 중이다. 지난해 4월 삼성 특검수사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 전 회장은 1년 가까이 뚜렷한 대외활동 없이 은둔하다 지난달 일본을 방문, 경제계 지인들을 만난 게 거의 유일한 외유였다. 회삿돈 횡령 혐의로 올해 초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 전 회장도 한국스카우트지원재단 이사장, 세계스카우트지원재단 이사직만 수행하면서 관련 업무로 해외 출장을 다니거나 지인들을 만나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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