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건물 해체 작업 계속되지만…법·규정 준수 여부 의문

석면 건물 해체 작업 계속되지만…법·규정 준수 여부 의문

기사승인 2009-04-07 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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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사람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고자 발명하거나 발견한 물질이나 화학물질은 그 편리성 만큼 부작용도 큰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DDT를 비롯한 유기염소계 농약이 그랬고, 최근에는 석면이 가장 대표적이다. 석면은 문제가 된 베이비파우더와 화장품 뿐 아니라 건축자재와 건축물은 물론 냉장고, 자전거, 세탁기 등의 생활용품에 널리 쓰이고 있다. 정부는 사실상 올해부터 석면 사용은 물론 석면제품의 제조와 수입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석면함유 건축물의 해체 현장과 석면함유 제품과 설비의 제조·수리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근로자와 인근 주민들이 석면을 흡입했으며, 지금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건축물 철거 과정=석면은 섬유 모양을 한 광물질로 열에 강하고 마모가 잘 안 되는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동안 단열재로서 슬레이트를 비롯한 건축자재,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의 재료 등으로 사용돼 왔다. 노동부가 지난달 30일 서울과 수도권,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23개 업종 153개 사업장 건축물의 석면 함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77개소(50.3%)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학교 건물은 더 심하다.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 조사 결과 전국 100개 학교 중 88개에서 석면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철도공사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전철역 33곳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1970∼80년대 석면을 집중적으로 사용했던 건물을 해체하는 작업이 도심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법과 규칙을 잘 준수해 가면서 하고 있는 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박동욱 교수(환경보건학과)는 “일반적으로 건물해체 작업자, 건물 유지·보수관리자, 선박건조업에서 석면포를 사용하는 근로자 등에게서 특히 석면 관련 발병위험이 가장 높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재건축 현장과 폐기물처리업체 인근 주민들도 노출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하철 역사 안에서 최근 스크린도어나 TV모니터를 설치하느라 석면이 포함된 천정과 벽면을 해체하는데 이런 현장도 석면 비산의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석면 해체·제거작업은 석면이 날리지 않도록 해체 현장을 음압(陰壓)으로 유지하기 위한 음압기와 고성능 헤파필터 등의 장비와 자격을 갖춘 해체·제거전문업체가 우리나라의 관행적 작업 속도보다 훨씬 더 느리게, 훨씬 더 많은 돈을 써 가면서 해야 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그래서 “석면 함유 건축물은 될 수 있는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최상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부가 전국 155곳의 건축물 석면 해체·제거 작업장의 공기 중 석면 농도를 조사한 결과 31곳에서 실내 공기 질 기준(1㏄당 0.01개 이하)을 초과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효율 필터장치로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작업한 곳은 29곳에 불과했다.

◇생활용품과 의약품=한양대 환경산업의학연구소는 최근 환경부의 의뢰로 생활용품 27개 품목, 444개 제품을 분석했다. 그 결과 냉장고·세탁기·자전거 등 6개 품목 47개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냉장고는 국산 4개 제품을 조사했는데 모두 다 나왔다. 컴프레서 내부 부품(개스킷)에 백석면이 40%씩 들어 있었다. 김치냉장고도 6개사 12개 제품을 분석했는데, 5개사 9개 제품의 컴프레서 내부 개스킷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환경부 정종선 생활환경과장은 “이들 제품을 해체할 때 석면이 방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생활용품의 경우 재활용 과정에서 제대로 분리해 안전하게 폐기하는 게 중요하다.

가루로 된 베이비파우더나 여성용 파우더를 사용할 때는 석면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 오래 사용할 경우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 하지만 의약품의 위험성은 규명된 게 없다. 석면에 오염된 탈크 공급업체가 추가로 드러나 이를 원료로 쓴 의약품은 수백∼수천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안감만 높아졌다. 의약품에 들어간 탈크가 미량(알약 1알 당 0.1∼0.5㎎)인데다 석면을 먹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견해일 뿐 ‘위험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진 못한 상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환경전문기자·문수정 기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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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의 위험성=석면이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까닭은 주로 그것이 사람 몸에 들어와 병으로 나타나기까지 잠복기가 길기 때문이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먼지를 흡입할 경우 1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 악성중피종 등을 유발한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성 등급에 따르면 석면은 '인간에게 발암성이 확실한' 그룹1(1급)에 해당한다. 석면을 이용한 제품은 30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석면이 사용되었으며
오랫동안 석면을 대체할 만한 물질은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
임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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