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와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36)씨가 각각 참고인 자격으로 11일과 12일 검찰에 소환됐다. 전직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이 같은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이번주 중 노 전 대통령도 소환할 방침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1일 오전 10시30분쯤 권 여사를 부산지검 청사로 불러 2007년 6월 말 박 회장으로부터 100만달러를 받은 경위와 조카사위 연철호(36)씨가 지난해 2월 500만달러를 송금받은 부분 등을 조사하고 오후 9시40분쯤 귀가 조치했다.

권 여사는 검찰에서 본인이 100만달러와 3억원을 받아 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러나 박 회장의 진술 등을 근거로 100만달러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게 준 돈이고, 3억원은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 개인에게 준 돈으로 보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2일 "권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빌린 돈의) 차용증을 제출하지 않았고, 본인이 빚을 갚았다는 영수증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날 오전 9시10분쯤 건호씨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건호씨를 상대로 연씨가 500만달러를 송금받은 과정에 개입했는지, 노 전 대통령 부부를 미국에서 만나 박 회장의 100만달러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받았는지 조사했다. 건호씨 역시 자신과의 관련성은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던 연씨는 오전 9시쯤 석방했으며, 이번주 초 한두차례 더 소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글을 올리고 권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100만달러와 3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자신은 당시 몰랐다고 부인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보도를 보니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며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고 말하는 것이 참 부끄럽고 구차해 이렇게 민망스러운 이야기는 하지 말고 내가 그냥 지고 가자고 사람들과 의논도 해봤지만 결국 사실대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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